추운 지방의 주류 수목으로 알려진 자작나무 숲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연인을 태운 수레가 달릴 때, 끝없이 펼쳐지던 새하얀 그 숲. ‘러브 오브 시베리아’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뒤로 끝없이 펼쳐지던, 잊지못할 장면으로 남은 자작나무 숲.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가 묻힌 곳도 자작나무 숲이다. 하얀 껍질 덕분에 ‘숲 속의 귀족’으로 불리는 자작나무. 자작나무의 그 멋진 숲이 인제군 원대리에서 ‘어서오라’ 손짓하고 있다.

국내의 자작나무 숲을 알리게 한 곳은 인제군이었다. 인제군에는 원대리와 남면 수산리 두 군데 자작나무 숲이 있다. 매스컴에 먼저 소개된 곳은 원대리 숲이었다. 이후 여러 곳에 알려지면서 당당하게 멋진 관광지로 거듭나게 된다. 주로 겨울철, 하얀 설원 속에 펼쳐지는 멋진 숲으로 소개됐지만, 실제로 계절하고는 절대 무관하다. 뜨거운 여름철에는 마치 눈이 내린 듯해서 그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훨씬 시원해진다.
그렇다면 자작나무는 무엇일까? 원래는 나무를 태우면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자작나무는 외래수종이 아니라 토종 수종이다. 민족의 영산 백두산 일대를 비롯해 개마고원과 강원도 북쪽 산간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숲속의 여왕’이라 불리는 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개마고원에 살던 옛사람들은 자작나무로 움막을 짓고, 자작나무 껍질로 지붕을 얹었다. 사람이 죽으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여 땅에 묻혔다고 한다. 천마총에서 출토된 그림의 재료가 자작나무껍질이며,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목판으로 쓰였다. 산삼을 캐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서 고이 보관했다. 신혼 첫날밤 부부가 백년해로를 다짐하면서 태웠던 화촉이다. 산간 지역의 너와집의 지붕도 이것이다. 단단해서 가구를 만드는 데 쓰인다.
또 한방으로도 많이 이용됐다. 나무껍질을 백화피(白樺皮)라고 하고 각종 염증과 이질, 설사, 습진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봄철에는 수액을 마시고 상황버섯, 말굽버섯, 잔나비걸상버섯, 차가버섯이 생긴다. 또한 자작나무 나뭇잎에서 자일리톨을 추출해 껌을 만든다. 아주 좋은 수종이다.
그렇다면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언제 조성됐을까? 인제국유림관리소가 1974년부터 1995년까지 20년 넘게 조성한 인공 숲이다. 원래는 소나무 숲이었는데 소나무를 일부 벌목하고 69만본을 조림하고 관리해왔다. 자작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속성수인데다 쓰임새가 많고 비교적 병해충에 강하기 때문이었다.
그 숲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차로 휑하니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숲을 보려면 일단 3.5㎞ 정도의 임도를 걸어야 한다. 경사가 완만한 임도지만 그늘이 없다는 것이 흠이다. 아름다운 숲을 보려면 이 정도 정성은 감수하라는 듯하다. 자작나무숲 1㎞ 전부터는 오솔길이다.
곧이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흰색 나무 숲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나게 된다. 어찌 이리도 온통 하얀 색일까? 한여름에도 눈이 내린 듯, 자꾸만 눈이 부시다. 저절로 감탄사가 연발되는 이색 숲이다. 굵어진 나무 등걸이는 분명 아니지만 숲은 충분히 빽빽하다. 누군가 새하얀 껍질에 사랑을 고백하는 글을 써놓았다. 이 나무 껍질에 편지를 써 보내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을 믿는 사람일 게다.
숲은 약 25㏊ 정도, 일부 개방했지만 그 규모는 대단이 넓게 느껴진다. 숲속을 오롯히 걸으라고 오솔길 세 군데를 만들었다. 탐방로에 이름을 붙였다. 1코스는 자작나무코스(0.9㎞), 2코스는 치유코스(1.5㎞), 3코스는 출발지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탐험코스(1.1㎞)다. 순환 코스가 아니기에 코스 별로 끝까지 가서 되돌아와야 한다.
자작나무숲 한가운데에는 통나무로 만든 정글집, 나무의자, 그네 등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숲속 유치원’으로도 운영된다. 숲속 유치원은 1950년대 덴마크의 작은 산촌마을에서 시작해 1990년대 독일에서 본격적으로 활성화했다.
현재 독일에는 700여 개의 국가 공인 숲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고 유럽 전역과 미국 등지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숲속에 우두커니 서서 생각해본다. 가을 단풍이 들면 어떨까? 하얀 눈이 내린다면 더 멋질까? 아름다운 숲을 벗어나기 너무 아쉬워서 금세 겨울을 기약하고 있다. 거기에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은 명화의 멋진 설경 속 자작나무 숲이 눈앞에 아른댄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전율하는 그날, 문득 백석 시인의 백화(白樺)라는 시를 떠올린다.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산 너머는 평안도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여행정보
○주소 : 인제읍 원대리 산 763-4/단체 방문시(사전예약) 인제국유림관리소에서 직원이 나와 해설을 해준다. 문의:033-460-8032
○자가용 : 서울 양양고속도로 → 동홍천나들목 → 44번 국도(인제방면) → 남전교 직전 우회전 →  인제종합장묘센터 표지판 지나 원대리 산림초소, 혹은 합강교차로에서 내린천방면인 31번 국도 이용해도 된다.
○대중교통 : 인제터미널에서 원대리 가는 농어촌 버스가 하루 2회(6:50, 17:30) 운행. 원대삼거리(원대대교)에서 하차.
○별미집 : 인제읍내에서는 대복순두부(033-461-8956)집은 매운 두부찌개가 맛있다. 갯골유원지의 갯골쉼터(033-461-0606)는 오리와 토종닭 전문이다. 내린천 주변에서는 피아시매운탕(033-462-2509)이 괜찮다.
또 백담사 입구에 있는 두메솜 토종닭(033-462-5206, 북면 용대리 579, www.jangdak.com)은 밑반찬이 독보적인 곳이다. 또 황태도 빼놓을 수 없다. 용대리에는 용바위식당(033-462-4079,), 진부령식당(033-462-1877) 등 황태를 내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인제로 오는 길목에서는 박가네(033-461-7981)는 감자 옹심이가 맛있고 대흥식당(033-461-2599, 남면 부평리 1078-1)은 매운탕집이지만 별미로 질경이밥을 먹을 수 있다.
○숙박 : 원대리에는 모험레포츠연수원(033-461-3377, 원대리 643-1)이 있다. 또 만해마을(033-462-2303, 북면 용대리 1136-5, www.manhae.net)도 숙박이 가능하다. 그 외 인제읍내에 인제호텔(033-461-4035), 하늘내린호텔(033-463-5700)등이 있다. 내린천 주변으로도 펜션들이 다수 있다. 또는 하추리계곡에도 펜션과 하추리휴양림(033-461-0056, 인제읍 하추리 산64)이 있다.
○주변 볼거리 : 인제군은 레포츠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린천에서는 래프팅을 비롯해 스카이 짚트럭 등을 즐길 수 있다. 합강정 강변 옆으로는 번지점프, 슬링샷, MTB등을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스퀘드 워킹, 밀리터리테마파크등이 있다. 용대리 매바위 폭포 안쪽에서는 암벽 등반(문의:033-462-0035)도 가능하다. 또 인제읍내에는 산촌민속박물관(033-460-2085, 인제읍 상동리 415)과 박인환 문학관(033-462-2086)이 있다. 합강정 공원에는 박인환 시비와 합강정 정자, 미륵불, 중앙단 등을 볼 수 있다.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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