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들어 예측기관과 투자은행(IB)들이 새롭게 제시하는 화두다. 세계 증시도 1990년대 초반 이후 20년 만에 제조업이 이끌고 있다.
각국이 발표하는 제조업 지표도 일제히 호조세다. 전반적인 제조업 동향을 알 수 있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미국, 유럽, 중국 등 대부분 국가가 ‘50’을 넘고 있다. 이 지수가 ‘50’를 넘으면 회복국면을 의미한다. 한국만 유일하게 부진하다.
제조업 지표가 오랜 만에 기지개를 펴는 것은 각국의 거시경제정책 우선순위가 바뀌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그중에서 청년층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 요즘 각국의 경기대책이다. 

세계 각국 제조업 부활에 총력
대부분 국가의 청년층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훨씬 웃돌고 있다. 가장 심한 유로존의 청년 실업률은 25%에 달한다. 위기 발생국은 50%를 넘는 가운데 스페인의 경우 60%에 달한다. 일자리를 구한 청년들도 정규직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과 마찬가지다.
2년 전 런던 폭동 사태, 反월가 시위 등 거리에 뛰쳐나와 항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청년 실업의 주범으로 꼽히는 IT 업종을 파괴시키는 신러다이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갈수록 잦아지는 컴퓨터와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디도스(DDos) 공격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각국의 산업정책도 제조업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1990년대 초반 이후 주력산업이었던 IT 업종은 네트워크만 깔면 깔수록 생산성이 증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업종이 주도가 돼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일자리, 특히 청년층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통적인 제조업은 생산하면 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 때문에 IT산업이 주도할 때와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제조업’이 해답
최근 각국이 추진하는 제조업 중시정책은 처한 여건에 따라 독특하다. 미국은 세제지원을 통해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제조업 재생(refresh)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엔저를 통해 ‘제조 수출업의 부활(recovery)’ 정책에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계속해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는 ‘제조업 고수(master)제’, 중국은 잃은 활력을 다시 불러 넣는 ’제조업 재충전(remineralization)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기 이전가지만 하더라도 글로벌화의 일환으로 해외진출을 권장했던 제조업을 이제는 안으로 끌어들이는 ‘리쇼오링’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이 예상 밖에 효과가 크자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에 들어서는 ‘일자리 자석정책’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IT 업종과 대조적으로 제조업에 의한 성장이 주도가 될 때에는 어느 국면이든 진입하기가 어렵지 일단 진입하면 오래간다. 주기가 길어지고 진폭이 축소되는 ‘안정화‘ 기능이 강화된다. 주가도 고개를 들면 그 기간이 오래가는 ‘랠리’가 형성된다. 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제조업 르네상스발 골디락스 증시‘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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