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스웨덴, 몇년째 우유 포장법을 연구하던 라우싱 박사는 고민에 빠졌다. 당시에는 우유가 유리병에 담겨 있었는데, 유통기한이 짧아 장거리 배달중 상해버리는 일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라우싱 박사는 우연히 미국에서 밀랍으로 코팅한 종이용기에 우유를 담아 판매하는 모습을 보게 됐고,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사면체 우유팩, 이른바 ‘테트라팩(tetrapak)’을 발명해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60년 전통의 스웨덴 기업 테트라팩은 1951년 라우싱 박사가 설립해 세계 170여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연간 15조 이상의 판매수익을 올리며 꾸준히 성장중인 기업이다.
과연 테트라팩의 성장비결은 무엇일까?
 반세기 이상 테트라팩이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뛰어난 포장 기술력 덕분이었다. 1960년대 초 자체 개발한 무균기술은 6개월 가량 신선하게 보존이 가능한데 여기에는 무려 10년 이상 끈질긴 연구로 탄생한 6겹 포장에 비밀이 숨어있다.
종이, 알루미늄호일, 폴리에틸렌 등 총 6겹으로 촘촘하게 만들어진 포장재질이 바깥의 산소나 빛, 습기를 단 한 줌도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면서 우유 본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지켜주었다.
스웨덴 태생인 테트라팩은 문화적 환경이 다른 미국시장 공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유럽과 달리 미국 사람들은 냉장고에 주로 음료를 보관하기 때문에 실온에서 우유를 보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의 불리해지자 테트라팩은 기존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전략을 과감히 변경한다. 냉장고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변화시키기보다 기업과 레스토랑 체인을 새로운 타겟으로 설정하고 냉장시스템과 에너지 비용 등이 필요 없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미국시장을 점령해 나갔다.
한편 1990년대 테트라팩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당시 무균팩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환경주의자들에게 공격을 받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메인주에서는 환경보호를 이유로 무균팩을 금지하는 법까지 통과되면서 최대의 위기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당시 테트라팩이 선택한 전략은 ‘적과의 동침’이었다. 경쟁 음료포장 회사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공동으로 ‘무균포장업협회’를 설립하고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까지 적극 영입해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 팩을 개발하며 한층 강력해진 기술력을 확보하게 된다.
테트라팩은 단순히 4각형의 종이팩만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식품 안전이나 위생에 대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1950년대에 시대를 앞서나가는 ‘남다른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욕구를 읽어냈고 여기에 경쟁자라 할지라도 때로는 ‘우군’으로 만들어 협력하는 자세와 글로벌 소비자의 습관을 치밀하게 ‘관찰’하는 노력들이 더해져 지금의 성공을 일궈 낸 것이다. 

서민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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