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원도봉산 망월사 산행

서울 근교 산은 항상 인산인해다. 지하철만 이용해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데다, 걷기 열풍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기 때문이다. 원도봉산(739m)도 마찬가지다.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망월사역에서 하차하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보편적으로 망월사역에서는 포대능선까지가 산행 목적지가 된다. 특히 산행 길에는 아름다운 원도봉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다.
원도봉산은 의정부시 호원동과 의정부동, 서울시 도봉구, 양주군 장흥면에 걸쳐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은 호원동이다. 의정부시에서 가장 오래된 망월사(전통사찰 제8호)로 가는 첩경이다. 찻길은 쌍문산장에서 끝난다. 쌍문산장은 여전히 옛 유원지 음식점 모습을 갖고 있다. 계곡 옆, 넓은 암반 위에 그늘을 가리는 차일을 치고 상을 놓아 둔, 옛 모습이다. 여름철이면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등산객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울울창창’ 숲길따라 폭포·계곡 구경
원도봉 탐방로 안내소부터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망월사까지 1.6km이고 포대능선까지는 2.1km 거리다. 울울창창한 숲길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길 옆으로는 폭포, 계곡이 이어진다. 계곡을 잇는 다리, 약수터 등에 돌로 표지석을 만들어 둔 것도 특징이다.
얼마 걷지 않아 눈길을 끄는 팻말이 있다. 산악인 엄홍길 집터라는 안내판이다. 팻말 주변을 살펴봐도 평지는 거의 없는 듯한데, 당시 이쪽에도 민가가 있었나보다. 엄홍길은 원래 경남 고성 태생이지만 세 살때부터 이곳에서 살았단다. 어릴 적부터 산과는 깊은 연관이 있는 삶이었다는 걸 알게 한다.
집터를 비껴 더 안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우측에 있는 독특한 기암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두꺼비가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을 가진, 일명 두꺼비 바위다. 암석 윗부분은 두꺼비 형상과 흡사하다. 산행 길엔 굵은 바윗돌이 연이어지고 한없이 올라가야 해서 한여름에는 땀이 비오듯 이 쏟아진다. 중간 중간에 약수터가 있어 따로 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덕제샘이라는 곳에서는 큰 폭포를 만나게 된다. 만사 제치고 물속에 첨벙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현혹적이다. 이곳에서도 망월사까지는 더 가야 한다. 숨을 헉헉거리고 다리가 시큰할 즈음, 아스라이 사찰 전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포대능선을 지척(0.5km)에 둔 지점에 망월사가 있다.

신라 마지막 왕자 ‘마의태자’가 머물던 망월사
망월사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년), 해호 스님이 신라 왕실을 위해 창건한 것으로 전해온다. 서라벌 월성을 향해 기원하는 뜻에서 망월사라 이름 하였다. 또 절 동쪽에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 달 모양의 월봉이 있어, 토끼가 달을 바라보는 것처럼 보인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온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 태자가 머물렀다고 전해온다.
 현재 망월사는 산정 밑 고지대, 큰 바윗돌이 얽히고 설킨 자리에 무색할 정도로 커다란 당우들이 들어서 있다. 특히 영산전은 아스라할 정도로 높은 곳에 위치한다. 전쟁때 여러 차례 소실되었다가 현대에 다시 지은 것들이다. 대규모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건물) 무위당 위로 2층짜리 관음전(낙가보전과 적광전)이 있다. 관음전과 원도봉산 산정의 기암이 잘 어우러진다. 관음전 뒤켠으로 가면 칠성각이 있고 이내 스님들의 선방인 천중선원과 연결된다. 하지만 선방으로는 관광객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왔던 길로 되돌아 나와야 한다.
 칠성각에서 내려와 무위당 옆의 석간수에 목을 축여본다. 거대한 바위 밑에 고여든 석간수는 한 여름에도 차고, 물맛이 아주 좋다. 발길을 영산전 쪽을 향해 가면 천봉선사탑비(경기도문화재자료 제67호), 천봉선사부도(경기도문화재자료 제66호)를 만나게 된다. 바로 위에는 문수굴이 있다. 천봉선사 태흘(1710∼1793)은 조선 후기의 승려다. 탑비는 스님이 입적한 지 4년 후, 정조 21년(1797)에 건립된 것이다. 비문은 이충익이 글을 짓고 단아한 필체로 글씨를 썼다. 비의 뒷면에는 그의 동문과 제자 및 신도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산행으로 지친 몸 … 빼어난 경치로 ‘회복’
이곳을 비껴 계단을 따라 올라 선원을 거쳐 영산전으로 가면 발밑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조망이 좋아 막힌 가슴이 확 트이는 위치다. 영산전 아래 왼쪽으로는 선인봉(708m), 가운데에 만장봉(718m), 우측으로 도봉산의 제일봉인 자운봉(740m)이 막힘없이 조망된다. 굳이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조망지가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산전을 비껴 100m 정도 내려가면 혜거국사(899~974) 부도비를 만나게 된다. 혜거국사는 고려 전기의 승려로 16세에 출가했다. 태조 왕건으로부터 세 번이나 부름을 받았으나 응하지 않다가 정종 2년(947) 왕사로 봉해졌다. 광종 19년(968)에는 왕사에서 국사로 승격시켜 고려시대 최초의 국사가 되었다.
 망월사는 모두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어 전각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힘이 든다. 정상까지 오르는 것보다 발품을 더욱 필요로 한다. 망월사역에서 원도봉 계곡과 망월사까지 왕복 약 4㎞. 이 가을, 이곳을 선택한다면 원없이 땀을 흘리게 될 것이다. 그런만큼 기분은 몇 배나 상쾌해질 것이다.

■여행정보
○ 대중교통
[자가용] 서울 외곽순환도로 → 의정부 IC → 장암역 삼거리 → 롯데아파트 앞·망월사역 → 신흥대 →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등산로 입구 
[전철]  1호선 이용해 망월사역 하차(2번 출구)
[버스]  의정부역에서 36번, 106번, 108번 이용. 망월사역 앞에서 하차 
○ 맛집
망월사역부터 식당들이 이어진다. 평양골 순대국(031-874-8884, 호원동 119-33)이 잡냄새 없는 순대국을 즐길 수 있다. 또 산너머남촌(031-877-0095~6, 토속 한정식, 호원동 467-4)도 소문나 있다. 그 외 멀지 않은 의정부 시내를 찾아나오면 된다. 의정부 명물찌개거리(중앙역)가 있다. 오뎅식당(031-842-0423)이 가장 유명하고 그 외 형네식당(031-846-4833)을 비롯해 다수 있다.  또 의정부역 근처에 있는 로데오거리에는 무수한 음식점들이 밀집되어 있다. 근처 제일시장 나동에는 곰보냉면과 즉석 도너츠 집등을 비롯해 다수 있다. 또 그린 거리에는 모짜렐라 피자를 녹여주는 못말려 곱창집(031-851-0550)이 인기다.
○ 숙박정보
모텔들이 다수 있다. 또 의정부시 시청사 옆 숲속에 조성된 직동수련원(031-828-4999, 의정부동 326-20)이 있다. 바비큐를 즐기며 통나무집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다.  
○ 주변 볼거리
회룡사(전통사찰 7호, 031-872-8671, 호원동)도 유명하다. 신라 신문왕 원년(681년), 의상이 세운 것으로 전해오기도 하고 조선때 무학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라고 전해온다. 조선초, 태조의 회가(回駕, 윗사람이 외출하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를 기념해 중창이 이루어지고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한국 전쟁 때 소실됐다가 복원됐다. 5층 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86호), 석조, 떡돌, 반파된 석탑 등을 볼 수 있다. 또 대웅전내의 신중탱화는 1883년 수락산 흥국사에서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회룡사를 잇는 계곡이 시원하고 아름답다. 사패산(552m)으로 오를 수 있다. 그 외에도 원효사(전통사찰 제77호, 031-873-6083, 호원동), 석림사(전통사찰 제202호, 031-872-5110, 장암동), 미륵암(전통사찰 76호, 031-841-8001, 고산동)등이 있다. 또 약수선원(031-873-4266, 호원동)에는 목조불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76호)이 있는데 특별한 날에만 개방한다. 또 의정부성당(경기도 문화재자료 제99호, 031-836-1980, www.ujbhome.or.kr)은 1953년 이계광 신부가 당시 의정부에 주둔하고 있던 군종신부인 로제스키 신부의 협조로, 천주교 신자의 헌금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그 외 의정부역 주변에 꾸며진 로데오거리는 볼거리가 많다. 공연, 맛집, 술집 등이 밀집되어 있어 젊음이 넘쳐난다. 정처없이 낯선 도심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사진  이신화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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