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세계 유수의 명품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지난 5년간, 매년 15%가 넘는 성장을 해온 브랜드가 있다. 대표 상품인 캐시미어 스웨터가 200만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 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브루넬로 쿠치넬리’이다.
캐시미어가 1년 내내 입는 옷이 아닌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결과는 더욱 놀랍다. 이 브랜드의 CEO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지난 30년간 지켜온 성공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그 첫 번째는 최고급 원재료와 깐깐한 수작업이다. 캐시미어는 연간 생산량이 1만5000톤에 불과해 ‘섬유의 보석’이라 불리는 귀한 직물이다. 브루넬로는 그 중에서도 최고라는 명성을 가진 내몽골산 캐시미어만을 사용한다. 면은 이집트산, 실크는 이태리산, 모헤어는 터키산을 사용하며 재료의 생산량과 상관없이 옷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모든 자재는 최고여야 한다는 신념을 굳건히 지켰다.
또, 모든 제품들을 수작업으로 완성해 소비자가 옷을 입을 때 최고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천편일률적인 제품이 아닌 장인의 손길과 정성이 느껴지는 단 하나뿐인 창조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두 번째 성공원칙은 자연과 고대 유적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이다. 선진 컬렉션에서 모티브를 얻는 기존 브랜드와 달리 자연과 유적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어린 시절, 농부의 아들로 자라난 덕에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품격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던 브루넬로. 그는 인공적인 색깔이 아닌 사람이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자연색에서 답을 찾았다.
갈색이 아닌 흙색, 파랑이 아닌 하늘색, 초록색 대신 나무색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 고대 유적에서 시즌 콘셉트를 도출해내 ‘자연과의 하모니’를 끊임없이 추구했다. 이런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패션계에서 이제껏 보지 못한 새로운 이종결합이라 평가되고 있다.
세 번째는 직원이 행복해야 최고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어린 시절 고된 농사일에 지친 가난한 소작농이었던 아버지를 보며, 브루넬로는 ‘사람이 행복한 회사, 행복한 직원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여기서 회사 철학의 제 1원칙 ‘Humanist Enterprise’ 즉, ‘인본주의’가 탄생했다. 이태리 페루자의 작은 마을 솔로메오. 브루넬로는 1985년, 14세기에 지어진 고성을 복원하고 이를 본사로 꾸몄다. 또, 매일같이 호텔식 홈메이드 식사를 제공하고 자유로운 근무분위기와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추구했다. 급여도 국가 평균대비 20%나 높고, 직원들이 일과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극장과 갤러리 등 지역기반 시설 확충에도 노력했다. 그는 직원들의 내적 퀄리티가 제품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모든 직원이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 것이다. 그가 항상 가슴속에 품고 사는 명언이 있다. 바로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아라”이다. 지식을 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실천하기 위해 노력한 그의 태도가 그 어떤 브랜드도 넘볼 수 없는 품격 있는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를 만든 원동력이라 하겠다.

최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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