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

제조업의 중요성은 전략산업으로 금융업을 택한 영국과 제조업을 택한 독일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금융업을 택한 영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크게 퇴색했고, 제조업을 택한 독일은 막강한 경제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은 제조업의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기업은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중국은 제조업 재충전(remineralization) 정책을, 일본은 제조업 강국 명성회복(again Japan)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제조업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동차, 휴대폰, 조선 등은 특정산업과 기술분야에 국한됐던 단위기술들이 융합과 공생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탄생함으로써 발전했다.
그러나 중소제조기업과 서비스산업이 주종을 이루는 IT관련 벤처기업을 각각 비교하면 현저한 차이가 있다. 미국 밀켄연구소(Milken Institute)는 제조기업에서 일자리가 하나 창출될 때마다 다른 분야에서 2.5개 정도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발표한 바 있다.

IT·서비스 통한 일자리 창출 한계

반면, 소형화·슬림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소프트웨어 등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이 주종을 이루는 IT관련 벤처기업은 네트워크를 확장하면 할수록 생산성이 증가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부가가치가 증대되지만 상대적으로 고용창출계수가 낮아 일자리 창출력은 떨어진다. 이는 중소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면 서비스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사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에 진입하기가 어렵지만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제품수명주기가 길고 안정된 경기순응성을 지닌 중소제조기업과 제품수명주기가 짧기 때문에 불안정한 경기순응성을 지닌 IT관련 벤처기업을 융합시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양극화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고 중소제조업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탄력성이 작고 수직생태계를 이루는 중소제조기업과 탄력성이 크고 수평생태계를 이루는 벤처기업이 조합돼 수직적 연계와 수평적 확대를 이루는 상리공생(相利共生)의 틀을 짜보자.

제조·벤처 공생의 순환고리 만들자

서로 다른 종의 생물이 생리적·행동적으로 이익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상리공생 관계는 한정된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경쟁관계나 갈등관계를 완화하고 서로 도움을 줘 생존가능성을 높인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첫걸음이 벤처기업만이 아니라 중소제조기업도 공동주체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굴뚝산업·낙후산업으로 불리우는 중소제조기업과 벤처기업 사이의 공고한 공생 사다리가 상호 간극을 좁히고 협동을 촉진하며, 개별사업의 갈등도 완화해 사회비용을 줄일 것으로 판단한다.
가족형태의 생계형 제조기업, 도제기업, 소공인 등은 최종 제품의 품질 및 성능을 결정하는 기반성과 연계성이 높은 분야이므로 동업종·이업종과의 공생과정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으며, 기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들은 의외로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생을 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없으며, 기술을 전수할 후계자도 구하지 못해 기술이 사장되기 쉽다.
중소제조기업과 벤처기업이 공생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데 필요한 관련 법률을 손질할 부문이 있다면 우선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중소제조기업과 벤처기업의 창조적인 아이디어, 전문기술·지식, 지식재산권을 상호교류하는 환경을 조성해 보다 효율적인 사업화가 촉진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중소제조기업과 벤처기업이 상리공생하는 르네상스를 열자.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 )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