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에 가면 시텐노지(四天王寺) 라는 절이 있다. 6세기에 창건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불교를 나라의 통치이념으로 여긴 쇼토쿠태자는 백제의 기술자를 데려와서 이 절을 완공했다.
이 절을 지은 기업이 바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알려진 콘고구미(金剛組)이고, 콘고구미의 창업자 중 한 명인 콘고 시게쓰미가 바로 백제에서 건너간, 한국이름이 유중광이라는 사람이다.
콘고구미의 설립년도는 578년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에 타카마츠건설에 인수될 때까지 무려 1429년 동안 목조건축, 특히 절, 신사, 성을 짓고 유지보수하는 사업을 하며 기업을 이어왔다.
콘고구미의 유례없는 장수비결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가 바로 기술 중심의 완벽주의이다. 콘고구미에서는 사장을 메이쇼오, 즉 ‘명장’으로 부른다. 자기 분야의 최고 장인, 사찰 건축의 대목수가 되어야 콘고구미의 사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기술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콘고구미는 1000년 넘게 이어온 목조건축 노하우에 고강도 콘크리트, 내화기술 같은 최신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경쟁사를 능가하는 기술력을 쌓아왔다.
지난 1995년 고베대지진으로 건물 16만채가 초토화된 일이 있었다. 이 대참사 속에서도 콘고구미가 지은 건물은 큰 피해없이 지진을 견뎌냈다. “콘고구미가 흔들리면 일본 열도가 흔들린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실제로 콘고구미는 건물 겉면보다 천장이나 땅 속에 묻히는 부분에 더 좋은 자재를 쓰는 것으로, 또 ‘사장은 현장의 귀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두 번째 장수비결은 바로 “문을 활짝 열어놓지 말라”, 즉 사업을 넓히지 말고 핵심사업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콘고구미는 주택이나 상업용 빌딩으로 사업을 크게 확장하지 않고, 사찰이나 성곽 중심 목조건축이라는 한정된 분야에 전념해 왔다. 사업을 확장하다보면 눈이 닿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고, 눈이 닿지 않으면 결국 부실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이처럼 콘고구미가 한 우물 경영을 고수한 이유이다.
그럼 1400년을 이어온 이 기업은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콘고구미의 장수비결 중 하나인 한 우물 경영이 ‘시련’을 안겨주었다. 19세기 개항 이후 일본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종교 활동도 줄고, 사찰이나 성곽 건축물량도 점점 줄어들었다. 또 절을 건축할 때 한층 내구성이 좋은 자재를 사용하다보니 유지보수 빈도도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건설시장에도 큰 어려움이 찾아왔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던 콘고구미는 2006년 1월, 결국 일본 중견 건설업체 ‘타카마츠 건설’에 영업권을 넘겨주는 형식으로 흡수합병되고 말았다. 하지만 일본 내 주요 사찰의 관리와 보수는 여전히 콘고구미의 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따라올 곳이 없는 콘고구미만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완벽주의, 그 가치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콘고구미는 기술주의와 완벽주의, 그리고 본업충실주의를 통해 장수하는 기업의 표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사업 환경 변화에 늘 대응해야 하는 기업 그리고 경영자의 숙명을 일깨우는 사례가 아닐까?

김진혁(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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