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산업은 약 100년간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리복 등 소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면서 현재 700억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해왔다.
운동화 산업이 흥미로운 점은 100년의 역사 속에서 후발자가 시장 점유율 85%의 초과점적 시장을 파괴하고, 이후에도 후발자의 날카로운 도전이 명멸한 다이내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운동화산업에서는 절대강자였던 다슬러를 나이키, 리복을 비롯한 후발주자가 공략하고 수성하면서 총 4차례의 극적인 시기가 연출됐다.

◇과점기(1920∼1970)
1920년 아디다스와 푸마의 모체인 독일 다슬러 공장에서 근대 운동화 산업이 태동한 이래, 다슬러 가문은 50년간 시장점유율 85%의 전무후무한 과점시장을 구축했다. 이같은 초과점적 시장을 구축한 전략의 이면에는 바로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공략하는 잠금전략(Lock-up)’이 있었다.
다슬러 가문은 스포츠붐이 일자, 선수 → 프로고객(Athlectic Customer) → 대중(Mass Market)으로 이어지는 수요확산 경로를 포착한 후, 선수와 협회, 국제경기를 장악하는 잠금전략으로 거대 수요를 모두 흡수해 버리면서 초과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복기(1970∼1980)
1970년대 초반 아식스의 미국 소매판매상이었던 나이키가 등장하면서 불과 10년 사이에 절대강자였던 ‘아디다스 제국’은 파괴됐다. 나이키는 레저 스포츠 붐을 포착하고 대중수요를 직접 공략하는 ‘정공법’으로 새로운 성공 루트를 창조했다. 이후 극동으로 생산기지를 이동하는 비용구조 혁신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기술과 마케팅에 투자하면서 견고한 진입장벽을 구축하면서, 막강한 시장지배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대중 레저의 흐름을 무시한 아디다스는 끝없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혼란기(1980∼1990)
영국의 리복은 1982년 미국시장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나이키를 꺾고 세계 운동화 시장 1위를 달성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리복은 피트니스 붐이 일자, 피트니스 웨어라는 카테고리를 창조하고 여성 스포츠 수요를 흡수하며 나이키를 공략했다. 이것은 1970년대 나이키가 아이다스를 공략했던 매스타깃 전략을 그대로 차용해서 나이키를 역습한 것이다. 그러나 나이키가 과거 아디다스 방식을 응용한 ‘스타 브랜딩’ 전략으로 응전하면서 리복은 몰락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재편기(1990∼2010)
쇠락을 거듭하던 아디다스는 1990년대 들어 지배체계를 안정화하고 나이키에 뒤처졌던 비용구조를 혁신하면서 본격적으로 부활의 시동을 걸었다. 운동화 일변도에서 패션성을 가미한 종합 스포츠웨어(스포츠화+어패럴+장비)로 ‘전장(戰場)’을 이동하면서 나이키와 차별화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아디다스는 최근 10년 연평균 매출성장률에서 나이키를 앞지르고 있다. 푸마 역시 패션성을 강조한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면서 선두권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운동화 100년사에서 시장을 파괴한 후발자는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민첩하게 포착한 것이 큰 특징이다. 그러나 차별적 역량 확보가 추가되지 않으면 우위를 지속하기 어려우며, 특히 혁신 역량과 같은 기본기는 중요한 요소다.
또한 기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더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성공방식을 변화시키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산업 경쟁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태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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