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빅데이터에 주목…한국경제 ‘타산지석’삼아야
최근 미국은 세계경제에서 가장 성장전망이 밝은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되고 소비도 살아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낙관 무드가 강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부진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것이지 미국경제가 아직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는 없다. IMF는 2012년 미국의 실제 GDP가 잠재 GDP보다 4.3% 낮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미국의 일자리는 위기 이전보다 아직 2백만개나 적다. 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미국경제의 활력은 크게 낮은 상태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은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최근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미국이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활력을 되찾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전략분야로 에너지, 통상, 빅데이터, 인프라, 인재양성의 5개 분야를 제시했다.
첫째, 에너지 분야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셰일가스와 타이트 오일 생산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이러한 기회를 충분히 활용한다면 석유 및 가스 산업과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이 성장할 뿐 아니라 경제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셰일 붐에 따른 파이프라인, 철도 등의 건설과 채굴 및 저장 설비에 대한 투자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고, 가스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비료, 제철 산업이 혜택을 받을 것이다. 맥킨지는 2020년까지 GDP를 2~4% 증가시키고, 17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두 번째는 통상 분야인데, 특히 미국이 경쟁력을 가진 지식집약적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술집약적 산업에서의 무역적자는 1990년대 초반 60억달러에서 2012년 2700억달러로 증가했다. 하지만 인프라와 교육, 연구개발, 세금과 규제 개혁, 신흥국 등 새로운 수출시장 확보, 미국내 투자 유인책 강화 등을 통해 이들 산업에서 미국이 다시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있다고 본다. 지식집약적 산업에서의 무역적자는 2012년 GDP의 2%에서 2000년 수준인 1.3%로 낮아지고 GDP는 2000억달러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 번째는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낮아지고 있어서 미국이 과거와 같은 속도로 1인당 GDP를 증가시키려면 생산성을 30% 이상 높여야 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창조할 수 있는데, 미국은 전세계 데이터의 32%를 차지하고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맥킨지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생산성 향상으로 소매와 제조 분야에서 3250억달러, 의료와 정부 부문에서 2850억달러의 GDP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네 번째는 인프라 개선으로 장기성장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미국은 열악한 인프라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맥킨지는 인프라 투자를 GDP의 2.6%에서 3.6%로, 1%포인트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프라 투자 확대는 2020년까지 GDP를 1.4~1.7% 증가시키고 18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 단기적으로 강력한 경기부양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수준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면 2030년까지 추가로 GDP가 60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인적 자산에 투자하는 교육이다. 미국의 높은 기술과 교육은 경제적 번영의 토대였는데 이러한 강점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미국이 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서 인적자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과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의 교육을 늘리는 한편, 이민을 통해서도 인재를 유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맥킨지는 초중등 교육 개선으로 2020년까지 GDP가 2650억 달러 증가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가 커져서 2030년까지는 1조7000억달러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분야는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강화작용을 한다. 예를 들어 셰일가스 붐은 미국 제품, 특히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의 대외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빅데이터는 지식집약적 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서 수출을 늘리고 인프라 자산을 최대화하는 한편 개인 특성에 맞춘 디지털 학습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 인프라 기반을 강화하면 에너지 붐과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교육을 통해 지식기반 경제에 필요한 숙련 노동자는 물론 에너지 분야의 엔지니어, 빅데이터 분석가 등을 양성할 수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기술과 자본으로 세계시장을 주름잡았던 미국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는 미국경제의 문제점이 극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다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의 이런 노력은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환경에서 어떻게 경제활력을 되살릴 것인지에 대해 보다 큰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