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회사’ 아세안에 적극 구애…바라만 볼 일 아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의 외교적 마찰이 심화되고 있지만, 동남아국가연합 즉 아세안에서는 일본의 인기가 높다. 퓨리서치가 올 7월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한국과 중국에서는 각각 22%와 4%에 불과했던 반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에서는 80% 전후를 기록했다. 아세안에서 이렇게 일본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7월, 파이낸셜타임즈는 1990년대 초 일본의 아세안 러시가 2013년에 재연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수십년 동안 경제 및 외교협력을 통해 아세안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일본이 최근, 한 발짝 더 나아가 중국보다 아세안을 더욱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 아세안의 관계 수립 40주년이 되는 해인 2013년에 일본 아베 총리는 아세안을 외교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았다. 아베 총리는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아세안 국가를 택하며 1월에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를 방문했고, 연말까지 라오스, 캄보디아에 다녀 올 계획으로 곧 아세안 10개국 방문을 달성하게 된다. 12월에는 10개국 수장을 일본에 초청해 일본-아세안 서밋을 개최할 계획이다.
일본이 이렇게 아세안 외교 강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우선, 안보 차원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013년 1월 인도네시아에서 아베 총리는 “자유롭게 열린 해양은 공공재이므로 아세안 국가들과 이를 전력을 다해 지켜낸다”는 외교 원칙, 소위 ‘아베 독트린’을 발표한 바 있다. ‘무력이 아닌 법으로 지배하는 해양주권’을 주창하며 중국 포위 의도를 드러낸 것인데, 2013년 7월에는 남중국해 영해 문제로 중국과 대립 중인 필리핀의 해상 경비 강화를 위해 일본 순시함 10척을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일본 정부는 안보 협력과 더불어 아세안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아세안이 일본 기업들에게 중요한 생산기지이며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아베 총리는 아세안을 ‘거대 중산층 시장을 지닌 21세기의 챔피언’이라고 부르며 일본 기업의 아세안 진출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아세안이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기 위한 아베노믹스의 주요한 요소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2013년 1월 베트남에서 아베 총리는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3개에 5억달러의 원조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5월에는 18억달러의 부채탕감과 5억달러의 저리 융자를  미얀마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HSB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딕 뉴만은 ‘일본 주식회사의 전략적 아세안 이동’이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아세안의 저가 노동력과 인프라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아세안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아세안에 진출한 일본 기업 수는 2012년 5034개에서 2013년 6월 5647개로 증가했고, 2013년 상반기 일본의 대아세안 직접투자는 10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대중국 직접투자는 4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그리고 2012년 1월과 7월 중순 사이 일본 기업이 아세안 기업을 인수합병(M&A)한 규모는 6억1000만달러에서 2013년 같은 기간에 82억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한국에게도 아세안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아세안은 중국에 이어 한국에게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며 2012년 한국기업들의 대아세안 직접투자는 대중국 직접투자 규모를 넘어 섰다.
고성장 신흥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세안은 한국기업이 앞으로도 적극 공략할 대상이고, 더 나아가 일본 정부의 우경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아세안 국가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한국도 아세안 국가들과의 외교관계를 격상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김경훈(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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