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가 건전하게 소비를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이 10여년 전에 이미 바닥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가계의 소득, 소비, 저축 및 부채의 추이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가계저축·가계부채란 소비여력을 1999~2002년 사실상 소진해 오늘날의 열악한 소비환경이 형성됐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인 1982~1997년엔 연평균 민간소비 증가율(14.9%)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15.7%)이 비슷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인 1999~2002년엔 민간소비 증가율(12.9%)이 소득 증가율(5.6%)을 월등히 뛰어넘는 시기가 이어졌다. 가계가 벌이보다 더 많은 소비를 계속한 것이다.
이어서 그는 “외환위기로 소득증가가 급락한 탓에 이 차이는 결국 가계저축 하락과 가계부채 증가에 의해 충당됐다”며 “2002년 가계 순저축률이 0.4%까지 내려가 저축을 더는 줄일 수 없게 되자 2003년부터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높은 가계부채, 낮은 가계저축, 내수부진, 경제활력 둔화 등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는 모두 가계가 소비여력을 잃은 데서 시작했단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 소비자들은 저축과 가계부채란 완충장치를 소진하는 단계로 들어섰다”며 “앞으로 충분한 가계소득 개선이 없는 한 저축감소·부채증가로는 의미 있는 소비활성화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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