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호(경북대 명예교수·산학연구원 이사장)

지난 10월 중순 대구지역의 소상공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섬유, 안경테, 프랜차이즈 관련 소상공인들을 세 차례 나누어 만나서, 현장의 어려움과 건의사항 등을 들었다. 업종과 기업규모가 차이가 있어 묶어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공통사항은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로 사람 구하기가 매우 어렵고 인건비의 상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생산인력의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직률은 높고, 외국인 근로자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업이 영세하더라도 저임금체질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자성론도 나왔다.
한편 정부에 대해서는 인력수급의 부조화를 해결할 대책과, 기능인력의 체계적 훈련과 공급을 강하게 요구했다. 봉제인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홈플러스나 이마트와 같은 대형 소매점 건물의 위층에 아파트형 공장을 지어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둘째로 자금이 보다 싸고 쉽게 공급되길 바라고 있었다. 정책자금의 금리가 은행 금리와 큰 차이가 없으며, 대출받는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대구시가 중소기업자금에는 이차(利差)보전을 해주면서 소상공인들에게는 이런 지원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지방정부, 소상공인에 깊은 관심을
결국 정부, 특히 지방정부의 지원정책이 중소기업에 맞춰져 있어,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그리고 금융기관의 신용평가시 안정성지표에서 완제품업체와 임가공업체를 엄격히 구분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셋째로 제조업체의 경우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이 급선무인데, R&D나 디자인 등에 투자할 여력과 관심이 적어 보였다. 이는 물론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개별기업의 의지와, 품질개선 노력, 제품차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기술력과 마케팅 강화를 위해 과감한 컨설팅 지원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유통부문이나 외식, 건설 분야에 역외 대기업의 지역진출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매장, 상품, 채용인원 등의 일정 비율은 그 지역에서 조달 또는 충원되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강소기업이 되려는 자조의지 필요
넷째로 소상공인들의 정보력 강화가 시급해 보였다. 국가의 지원시책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한데도, 어떤 시책이 있는지도 모르는 소상공인이 너무 많다. 밥을 떠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보면, 개별기업이 소상공인진흥원의 지역센터나 지원기관들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도 그리 많지 않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야하고, 문은 두드려야 열리는 법이다.
끝으로 섬유산업을 사양산업이라 한다거나, 중소기업을 별 볼일 없는 존재로 보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업계와 당국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겠다. 기업규모가 적더라도 꿈과 희망, 비전이 있는 강소(强小)기업이라는 점을 기업 스스로 입증하려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저임금 의존체질을 떨쳐버리고, 젊은 일꾼들이 기꺼이 찾아오는 근로환경을 만들겠다는 자세와 의지가 긴요하다.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는 섬유를 비롯한 성숙기의 산업이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산업임을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개별 기업은 소멸하지만, 그 산업은 새로운 변신과 혁신을 통해 영원히 생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비하하는 편견이나 인식을 바로 잡기위해 학교 교육이 한층 강화돼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용호(경북대 명예교수·산학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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