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월급을 정하는 별난 기업일본의 조그만 목공기계제조업체인 메이난제작소의 사장인 하세가와는 “나는 창업 이래 한번도 이익을 내라고 말한 적이 없음에도, 자꾸 돈을 벌어서 고민이다”라는 행복한 불평을 하곤 하다.
메이난은 2013년 현재, 연매출이 62억엔, 이익률 30%대, 주주 배당금 평균 45%, 차입금 제로, 1인당 연간매출이 약 10억, 창업 이후 50년간 연속 흑자행진이라는 경이적인 성적표를 가진 회사이다. 사양산업이라고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은 목공산업에서, 기존 제품보다 8배 빠른 샌더, 세계 최초의 3차원 콤포저처럼 대기업도 실패한 목공가공기계를 연이어 개발, 히트시킨 똑똑한 강소형 기업이다.
메이난 본사 정문에는 f=ma(힘=질량×가속도)가 조각돼 있다. 뉴튼의 제 2법칙, 가속도의 법칙이 있는 이유는 ‘사람이 노력하면, 가속도가 붙고 힘이 생기듯이, 직원들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기업은 반드시 성장하고 이익은 나오게 되어 있다’는 것을 직원에게 각인시키고자 하는 하세가와 사장의 의지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하세가와 사장은 먼저 직급 제도를 과감히 철폐하고 업무 주제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부서별, 직급별 업무가 아닌 업무별, 상황별로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식이다. 예로, 테마를 정해놓고 몇 시에 회의가 있다고 공지하면 관심있는 직원들이 알아서 참석하는 식이다. 하지만, 누가 참석해야한다고 하거나, 참석 안하더라도 불이익은 전혀 없다. 직원들은 연장근무 수당이 없는데도 일주일에 평균 10시간 이상 연장근무가 보통인데, 이를 불평하지 않고 모두 당연한 듯 자발적으로 연장근무를 감수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형태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직원 모두가 영업·제조 등 전 영역과, 특히 기술에 대한 지식이 전제가 돼야 가능하다. 그래서 하세가와 사장은 약 50여년간 매주 월요일 아침 네시간 동안 식당에 모여서 의무적으로 물리 공부를 시키는 초강수를 두었다. 1000여건의 특허·신용신안이 제출된 것에 의심한 특허청 공무원이 감사를 나왔다가 메이난의 실력에 감탄만하고 돌아갔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럼 조직도도 없고, 관리자도 없는 이러한 회사는 어떻게 평가받고 월급을 받을까?
메이난은 동료직원과 사장의 월급을 직원들이 결정하는 신기한 급여체계를 가지고 있다. 차원제라는 평가제도를 두어 아직 미숙하고 자신의 업무처리에 급급한 0.5차원부터, 인간성 지도과 고차원을 리드할 수 있는 5차원까지 구분하고 직원들이 서로의 차원을 난상토론해 연봉을 결정한다. 또 직원의 80%이상이 회사의 주주이며 주식 수에 상관없이 1인 1표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사장도 사장으로서의 자격과 역할을 다하도록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하세가와 사장은 “메이난 직원 중에 대기업으로 이직한 직원은 한명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는 삶의 보람이 느껴지는 조직, 나에 대한 가치가 확인되는 체제에서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인간을 존중하고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익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늘어나고 줄어들 수 있지만 사람을 키우면 이익은 반드시 커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사람을 정량화, 부품화 시키는 현재, 하세가와 사장의 경영철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안현섭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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