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11월 안에 발표 예정이었던 중소기업 범위 개편안 발표가 중소기업계의 현실화된 정책 요구에 따라 내년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 DMC타워에서 열린 중소기업 범위 기준 토론회에서도 정부 방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토론회는 중소기업청이 최근 제시한 매출액 ‘800억, 600억, 400억’의 3개 그룹 개편안에 대해 정부, 학계, 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앞서 중기청은 지난 10월 공청회를 열고 중소기업 범위 기준 개편안을 발표했다. 매출액, 상시근로자 수, 자본금 등 3개로 나뉜 기존의 기준을 매출액으로 단일화 하고 6개였던 업종 분류도 3개로 통합했다. 정부가 제시한 업종별 매출액 상한선은 3년 평균치 기준 800억원(제조업, 도·소매, 건설 등), 600억원(운수, 출판, 방송·통신 등), 400억원(숙박, 음식, 보건·복지, 부동산임대업 등)이다.
현행 제조업 기준 매출액 1500억원과 비교하면 개편안은 급격하게 매출 기준을 낮추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중기청 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1302개 중소기업이 하루아침에 중소기업 지위를 잃게 돼 경영악화에 빠질 우려도 보인다.
◇中企 “현실 반영해 범위기준 개편해야”
특히 이번 범위 기준 토론회에서는 중기청 매출액 기준 축소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업계 현실에 맞게 ‘매출액 20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실제 중소기업 현장에선 원자재값 상승이나 물가인상을 고려할 때 매출이 몇 년 사이 2배 늘어나기도 한다”며 “이러한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최소 2000억원 이상으로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중소기업의 범위를 낮출 경우 기업의 M&A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고 피터팬증후군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중견기업 4000개 육성’과 연계해 중소기업 범위 기준을 하향하는 건 문제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의 개편안대로 추진된다면 이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갑자기 중단된 정부 지원에 따라 곤경에 처할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방청석을 찾은 중소기업 관계자들도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급격하게 중기 범위 기준을 축소한 것 같다”며 “업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광 부회장은 중소기업 범위 기준 개편안과 관련해 조정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빠른 시일에 개편안을 마무리 지으려고 하지 말고 중소기업 대표와 학계 등이 참여하는 조정협의체를 만들어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산학연, 매출 기준 하향조정에 우려 표명
이날 박성훈 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도 매출액 기준 하향조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현행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매출액 단일 기준을 보완할 수 있는 지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이 32만4000개인데 이 가운데 매출액 1200억에서 3000억원인 사업체는 0.34%에 불과하다”며 “이노비즈협회 회원 기업들에게도 의견을 조사해 보니 매출액 기준의 경우 현행 수준을 유지하고 여기에 종업원 수를 보완하는자는 게 공통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주 IBK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번 개편안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아 보인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 소장은 “중소기업 범위 상한기준, 관계회사제도 등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도 안았는데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경제 규모가 커지면 중소기업의 매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예전보다 매출액 기준을 줄이는 것은 역행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제 매출 기준 같이 양적 지표 말고 질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재 개편안 논의는 매출액이라는 숫자에 너무 치우치고 있다”며 “업력을 고려한 기준 등 질적인 평가기준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해 볼 때”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상호출자제한집단이 아닌 기업들을 모두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며 “창업기업, 성장기업, 글로벌강소기업으로 나눠 기업의 범위 기준을 새롭게 정립해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변태섭 중소기업청 과장은 “중소기업 개편 작업에 대해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당초 11월에 계획했던 개편안 발표가 힘들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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