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6년 전 리먼 브러더스 사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빨리 극복되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 2009년 2분기에 -2.5%까지 떨어졌던 미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3분기에는 2.8% 수준까지 회복됐다. 대부분 금융변수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주가의 경우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 일만큼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각종 공포 혹은 위험지수 추이를 보더라도 갈수록 리스크 해빙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위험요인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면한 오바마 정부의 예산안 처리와 재정적자 축소, 연방부채 한도 협상 타결과 국가채무 해결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오바마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노력을 소홀히 하고 실업률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재정문제와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 국가신용등급이 추가적으로 강등될 소지가 높다.
유럽재정위기도 근본적인 문제인 재정통합은 그대로 남아있다. 기조 효과와 미국경기 회복 등으로 제조업 지표를 중심으로 실물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의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못한다면 안정세를 찾고 있는 위기 발생국들의 금융시장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여전히 불안한 세계경제
중국도 ‘외연적(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에서 ‘내연적(생산요소의 효율성 증대)’ 단계로 성장경로를 이동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성장통(growth pains)’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 우려는 언제든지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아베식 엔저 모험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일종의 후유증이라 할 수 있는 ‘애프터 크라이시스’ 문제까지 부각되고 있다. 정책 시차가 짧고 위기극복 효과가 큰 재정지출을 과다하게 지출한 결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위험수위에 도달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고 연방부채 한도확대 협상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위험관리시스템을  갖추자
각종 위기이론에서는 최근처럼 정책적으로 위기극복(부양)과 출구전략(긴축)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을 리스크 관리에 가장 어렵고 위험한 상황으로 규정한다. 이 때문에 올해 2분기 이후 미국 연준(Fed)은 출구전략 추진을 검토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사와 기업을 대상으로 종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 등 신흥국이 받은 경제 스트레스는 위기극복 과정(부양)과 위기정리 과정(긴축)에서 비대칭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정책적으로 긴축이나 위기국면에서 한국 등 신흥국들이 받는 경제 스트레스는 약 96%가 선진국에서 기인한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도 선진국보다 더 엄격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전 금융사과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각국의 경험을 분석해 보면 해빙기에 시장 움직임은 종전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혼돈 현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정보 확산과 이에 대한 시장참가자의 대응 등이 신속하게 이뤄지면서 시장가격이 거의 불연속적으로 급변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각종 경제위기는 정도 차는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공통적으로 발생했다.
만약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위험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 주가 하락, 생존위협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과 유럽 등이 실질적으로 이런 상황을 직면했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국가들은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내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해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ㆍ한국경제TV 해설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