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요즘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이자,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다. 과거에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서 일자리를 만들었다. 우리만 보더라도 철강, 자동차, 조선, 전자 등이 그러했다. 그러나 최근 산업정책 효과가 예전 같지는 않다.
그래서 요즘 글로벌 창업이 화두다. 일자리 창출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도 크게 늘었다. 대학들도 앞다퉈 글로벌 창업을 도와주고 있다. 우리 청년들의 글로벌 역량은 우수하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창조경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페이스북을 만든 주커버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해 자신의 경험을 전해 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비욘드 시큐리티의 아비람 제닉도 한국을 다녀갔다. 그래서 ICT와 벤처 창업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들의 성공이 글로벌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페이스북의 성공신화만을 쫓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다. 주커버그의 신화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창업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우리의 성공모델로 삼는다면 글로벌 창업은 생각보다 더딜 수 있다.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성공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사례다. ICT는 무궁무진하다. 제2의, 제3의 페이스북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쉽지만은 않은 ‘글로벌 창업’
그렇다고 우리의 청년들이 다 ICT 전문가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전제로 해야 한다. 청년 창업이 한국시장에서 성공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글로벌 창업은 한국에서 성공해서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아예 창업을 해외에서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청년사업가가 있다. 영국에서 한식, 일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동현 ‘와사비’ 대표다. 그는 런던 한복판에서 김치볶음밥을 팔고 있다. 레스토랑만 40여개나 되고, 매출도 1000억원을 넘는다. 종업원만 1500명이다. 김동현 대표는 400만원만 들고 영국에 갔다. 그리고 창업을 해서 성공한 사업가다.

ICT 집중이 오히려 걸림돌
김동현 대표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그가 한국에 있었다면 김치볶음밥 레스토랑을 창업했을까? 아마도 창업이 아닌 개업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을 것이다. 그는 유럽에서 아시아 음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레스토랑을 확대하면서 레시피를 개발하고, 우리가 먹는 빨간 김치볶음밥을 유럽사람들 입맛에 맞게 하는 현지화 노력도 빼놓지 않았다.
또 하나 드는 의문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융통했는가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대출받아 창업을 한다. 그는 대출이 아니라 투자를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글로벌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단 한국에서 창업하고, 다음에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고 준비하는 것은 아닌지, 어떻게 시장을 분석하고 있는지, 창업에 필요한 자금은 있는지 등등. 청년들이 혼자서 하기엔 벅찬 일들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부분이다. 
IT나 벤처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창업은 식당, 자동차 정비, 미용도 가능하다. 아마도 IT나 벤처를 전공한 이보다 이들 분야를 전공한 이가 더 많을 것이다.
한국에서 창업을 목표로 하는 지역이나 국가에 대해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창업도 쉽지 않지만, 글로벌 창업은 더욱 어렵다.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만큼이나, 드높은 꿈만큼이나 정부도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주커버그보다 김동현 대표의 경험이 듣고 싶다.

오동윤(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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