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중소기업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볼 때 지금과 같이 특이한 양태를 보인 일이 없었다.
지난해 연말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를 동북아의 경제 중심국가(hub)로 만들고 연평균 9%의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년초 정부와 한국은행 및 연구기관들은 올해도 성장을 6∼7%로 전망했으나 그후 몇차례의 수정과정을 거쳐 4%대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연간 성장률을 예측하지 못한 일은 일찍이 없었으며 우리는 그만큼 불확실하고 내외 여건이 복잡한 상황에 살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80년대 후반 들어 본격화된 생산직 중소기업 기피현상은 매년 증가추세를 보여 최근 중소기업의 가장 큰 경영애로사항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기협중앙회가 조사한 ‘경기전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중소기업경기전망지수(SBHI)가 올해 2월 92.7에서 79.1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조사항목 13개중 인력난, 내수부진, 과당경쟁, 판매대금회수지연, 자금난 등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나타났다.

생산직 중소기업 기피 여전
우리 중소제조업의 어려움은 이제까지의 인력난에서 판로난과 자금난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그러한 현상은 한국경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판매부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과당경쟁과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우리 중소기업에 저임금을 무기로 하는 중국상품의 진출은 내수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더욱 심각하게 하고 이러한 현상은 구조적으로 향후 계속될 것이 명백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98년 △5% 성장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에 처해있고 일본의 예처럼 대기업의 잇단부도, 구조조정, 자기자본 비율 상향노력, 규제완화 및 금융자유화에 따른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용이 등으로 은행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축소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자 무분별하게 거리에서 신용카드 발급, 가계, 부동산대출에 집중을 했으나 이제는 우량 중소기업의 발굴과 자금 떠밀기식 지원, 위험회피를 위한 대출심사의 강화 등으로 상위권 중소기업의 금융완화와는 반대로 대다수 중소기업은 극도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최근 거세지는 노동계의 요구는 중소기업 또한 예외가 아니다.
고용허가제, 주5일근무제 실시로 인건비 상승을 피할길이 없어졌다.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중소기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모습이 속속 관찰된다.
이는 또 대기업의 대금지불지연, 판매부진, 자금난과 겹쳐 도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

종합적 지원·처방 나와야
중소기업의 인력문제는 장기적 불황에 따른 노동력의 중소기업 유입, 3D 현상의 점진적 해소, 임금수준의 평준화 현상 등으로 경영 애로사항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고 장기적 불황기에 필연적으로 판매난과 자금부족, 도산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이미 미국에서 시작된 IT 버블이 국내에서도 벤처기업부문에서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대비하는 동시에 중소제조업의 판매, 자금난에 주의를 기울여 경제구조의 저변을 확고히 다져야 할 것이다.

양보희(한국입법정책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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