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지만 구성민족중 가장 큰 계열은 말레이계와 중국계, 인도계다. 이밖에도 많은 소수민족들이 말레이반도 밖 영토인 보루네오섬 2개주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3개 계열의 민족이 대충 6:3:1정도의 분포로 말레이시아를 구성하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민족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말레이어와 함께 식민지 종주국 언어인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했다.
말레이시아에 오기 전 기자는 이 나라에서 주로 말레이어가 사용되고, 영어는 다른 민족간 의사소통에만 통용될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쇼핑센터 같은 곳에 가보면 같은 민족계열끼리도 주로 영어를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같은 민족계열의 직장동료들끼리도 웬만하면 모두 영어를 쓴다. 자신들의 언어를 쓰는 경우는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로 한정되고 있다.
또 중산층 이상일 경우에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영어를 쓰는 경우가 훨씬 흔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런데 그들이 쓰는 영어를 들어보면 말레이계와 중국계, 인도계의 영어 발음이 각각 그들의 구강구조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들린다. ‘저게 영어 맞나?’ 싶을 정도로 알아듣기 힘들다. 기자가 위 제목에서 지어 부른 ‘망글리쉬’가 바로 ‘과연 저것도 영어인가?’ 싶었던 ‘말레이시아 사람들-민족계열이 어떤 것이든-의 영어’다.
‘망글리쉬’는 고등교육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문법마저 무시된 채 영어단어의 나열과 억양의 변화만으로 자유스런 의사소통 수단이 되고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 어려움 없어
지난 한달 동안 만난 택시기사 수십명 가운데 이 ‘망글리쉬’가 불가능한 경우는 2, 3명에 지나지 않았다. 백화점 청소부도 ‘망글리쉬’를 구사하고, 아무리 작은 구멍가게의 주인도 모두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의 영어실력을 비하해서 표현하는 ‘콩글리쉬’는 어떠한가?
우리는 최소한 6년은 영어를 배운다. 요즘에는 조기교육에다가 대학에서까지 10년 이상을 영어학습에 투자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은 돈을 들여가며.
그러나 우리 국민가운데 ‘자연스럽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과연 몇 %나 될까?
우리들이 외국인을 만나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되면 대부분 꿀먹은 벙어리 상태로 머릿속에서 단어들을 문법적으로 정확한지 나열해보다가는 말할 기회를 놓쳐버리고 또 다음 문장을 생각하다가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끝내는 말 한 마디 못한 채 돌아서며, “내일부터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해야지”하며 혀 깨물며(?) 결심해보는 식이다.
이미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챘을 것이다. ‘꿩 잡는 것이 매’라는 제목의 의미를…. 절대 우리의 콩글리쉬는 말레이시아의 망글리쉬보다 열등한 상태가 아니다. 다만 우리는 미국에 편향된 시각 속에서 ‘너무나 미국적인’ 발음과 문법에 치중하며 체면을 생각하고 있을 뿐, 언어의 고유 기능인 ‘의사소통’면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콩글리쉬’ 부끄러워 하지 말자
언어의 기능은 어디까지나 의사소통이 먼저이고, 높은 학식수준을 드러낸다던가 유학파임을 자랑하기 위한 사회적 과시기능은 그 다음일 뿐이다.
오늘날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가 동남아의 경제중심지역으로 떠오르고, 무려 5천개의 다국적 기업이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망글리쉬’의 덕이다.
우리는 외국 자본을 더 많이 유치하자고 매일 이야기하지만 서울은 항상 외국인이 일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물가도 비싸지만, 언어문제도 큰 이유다. 그러나 우리 자신이 영어를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하고 머릿속에만 가득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다.
또 하나 우리가 말레이시아에서 배울 점은 민족적 자긍심이다. 비록 식민지 종주국의 언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으나,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모두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대단하다.
그들은 영어를 다만 의사소통 수단으로 오늘도 ‘망글리쉬’로 마구마구 써먹고 있다. 외국기업들은 그런 점이 좋아서 자꾸 말레이시아로 몰려오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식민지 종주국의 언어도 아닌 영어를 그렇게 열심히 배우고도 마치 미국을 종주국으로 생각하듯 본토인의 발음과 문법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한탄하고 부끄러워하며 오늘도 괴로워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어디 한둘인가?
우리도 오늘부터 영어를 ‘콩글리쉬’로 망가뜨려 마구마구 써먹자. 동북아 허브 국가의 꿈을 이룰 열쇠가 바로 ‘콩글리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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