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채운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전통시장은 국민경제의 건강성을 가름하는 잣대다. 전통시장이 활기찬 나라는 국민들이 평안하고 행복하다. 반대로 전통시장이 침체된 나라는 국민들이 불안하고 불행하다. 
사회적 변동성이 커지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전통시장의 역할은 더욱 크게 부각된다. 경제공황이 닥쳐 기업들이 무너지고 전쟁이 터져 경제시스템이 붕괴될 경우 국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생존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전통시장이다. 전통시장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하루하루 연명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텃밭이다.
6.25전쟁으로 빈손만 가지고 남쪽에 온 피난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전통시장 덕분이다. 가장을 잃은 주부가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공부시켜 훌륭한 인물로 출세시킨 미담은 수도 없이 많다. 배운 것 없어 시장의 점원으로 출발해 장사를 배우고 자본을 축적해 큰 기업을 일군 사례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오늘날 경제가 발달하고 현대화된 상업시설이 확산되면서 전통시장은 낡은 역사적 유물로 취급되고 있다. 유통산업이 급속도로 선진화되는 여건에서 전통시장은 비효율적이며 전근적인 재래유통의 대명사로 간주되고 있다.

‘골동품’ 아닌, 우리 사회 ‘안전망’
전통시장을 ‘골동품’으로 간주하는 시각은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통산업발전법에서는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점포가 출점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명분으로 ‘전통상업 보존구역’ 지정을 내세우고 있다.
전통시장 수가 몇 개이고 상인과 종사자 수가 몇 명이기 때문에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경제적 비중을 따지면 전통시장을 지원할 명분이 크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전통시장이 갖는 사회 안전망의 기능이다.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직장을 갖지 못해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일하며 먹고 살 수 있는 터전이다.
경제적 약자가 복지기관에 신세지지 않고 생계를 유지하며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기반도 제공한다.
스스로 일하고 노력해서 자생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보다 더 훌륭한 복지는 없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선진화되고 유통산업이 발달된 국가에서도 전통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장보기’로 서민경제 활력 찾자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불균형하게 쏠리면서 발생한 양극화로 인해 서민경제가 피폐화되고 고용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통시장의 몰락은 사회적 안전판을 제거해 복지비용을 증대시키고 정치적 불안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다. 정부의 지원만으로 전통시장이 되살아날 수 없다.
일차적으로는 상인들이 노력해야 한다. 투철한 상인정신을 갖추고 정직하고 친절하게 장사해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도 전통시장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온누리상품권을 구입해주고 기업의 경영노우하우을 접목시켜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와 맞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
소비자들의 의식전환도 요구된다. 상생협력은 기업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자세를 갖고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전통시장에 가서 장보는 캠페인을 펼치도록 하자.
기술과 자본 없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열심히 일하면 근심걱정 없이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전통시장이야 말로 서민들의 창조경제 기반이다. 전통시장에 소비자들로 넘쳐나 서민경제가 활기를 찾아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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