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훈 에이스코리아 선임부장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은 부산의 광안대교와 그 주변 야경은 그 어떤 도시보다도 아름다웠다. 부산을 벗어나 31번 국도가 시작되는 길로 접어들었다. 질 좋은 미역으로 잘 알려진 기장을 거쳐 일광면을 지나니 비로소 오른쪽으로 해변도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동항을 지나면서 바닷가답게 횟집이 부쩍 눈에 많이 띄고 전형적인 어촌의 모습이 보인다.
31번 국도는 낭만적인 해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단 지역도 많다. 온산공단에 들어서니 낯익은 화학공장은 물론이고 관련 중소기업도 많이 보였다. 그 기업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지역경제도 받치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흔히 문화산업의 힘을 이야기할 때 자동차 몇 대 수출하는 효과라면서 자동차 수출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웬만한 기술력과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않고는 자동차를 생산하기는커녕 수출은 엄두도 낼 수 없다.
문화강국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고 한류를 통해 어느 정도 실현됐지만, 자동차 수출이 갖는 파급효과는 측정하기 어렵다. 자동차 수출은 국가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이는 다시 우리나라 제품의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 말레이시아에 가보니 자국에서 조립한 프로톤이라는 자동차를 거리에서 가끔 볼 수 있었고 지금도 운행하는 차들을 볼 수 있지만, 말레이시아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자국 국민들조차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품질이나 성능에서 한국 차를 비롯한 수입차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주요 도로가 미국차, 독일차, 일본차로 가득 하고 우리나라 차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미국인 동료가 우리나라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고 눈물이 글썽인 적도 있었다. 이제는 이렇다 할 일자리가 많지 않은 앨러바마 같은 농촌 지역에 공장을 세워 그곳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격세지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차는 다시 북으로 달려 읍천항을 지나 포항에 다다른다. 포항은 산업의 쌀이라는 철의 도시다. 우리나라를 철강강국의 반석에 올려놓은 포항제철을 비롯해 관련 기업들이 차창 밖으로 보였다. 외국에서 한결 같이 우리나라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단언하던 일을 해낸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박태준 회장의 산업보국 일념이 구석구석에서 느껴지는 곳이었다. 유언에서조차 포항제철과 나라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여행엔 새만금을 거쳐 변산 국립공원 내 30번 도로의 풍광을 즐기고 싶다. 새만금의 면적은 40㎢로 광주광역시와 비슷하고 싱가포르 국토의 70% 정도나 된다. 한 치의 땅이라도 확보하려고 전쟁을 불사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환경관련 문제가 안타깝긴 하지만 득이 더 많은 것 같다.
이 땅은 가뜩이나 부족한 산업용지, 식량 생산을 위한 용도로도 쓰일 것이다. 야미도, 신시도, 가력도 같은 섬들이 사실상 육지와 연결돼 섬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에 대한 보상도 크다.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늙은 대국이었던 중국은 이미 G2로 도약했고, 2인자의 자리를 잃은 일본은 군비확장으로 지역에서의 패권 탈환 노력에 여념이 없다. 우리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이들을 독자적으로 막아내기란 역부족이다.
기업과 국익을 위해 뛰고 또 뛰는 우리 중소 기업인들께 연말연시를 맞아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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