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기업만이 기회를 잡는거지요”
“철저하게 준비하니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9일 11월의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선정된 김종수 덕지산업㈜ 대표는 회사의 성장 비결을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운이 좋게 잡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회는 찾아오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철저하게 준비된 사람 뿐이라고 덧붙였다.
덕지산업의 기회는 창업초기 포스코에 납품하던 업체의 실수로 찾아왔다. 당시 산업용 펌프는 수명이 짧은 것이 단점이었는데, 포스코에 납품됐던 펌프가 얼마가지 않아 고장이나 급하게 대체품을 찾은 것이다. 그때 덕지산업이 개발한 펌프가 대체품으로 들어갔다.
부식이 없어 다른 제품에 비해 수명이 길고, 고장이 적었던 펌프를 개발했던 덕지산업은 포스코를 만족시켰다. 이후는 승승장구였다. 포스코와의 재계약이 체결됐고 이후에는 삼성전자, 발전소, 석유화학기업 등으로 거래처가 늘었다. 매출도 급성장했다. 창업 후 1년 동안 1억원이 안 되는 매출이었지만 창업 5년만인 1993년 매출 10억원을 돌파한 후 1995년 21억원, 1996년 34억원 등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산업용펌프 1위 업체의 매출이 30억원이었는데, 창업 매출이 10년 만에 국내 업계 1위 업체를 따라 잡은 것이다.
준비된 기업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철저하게 기술력을 키웠기에 이뤄진 성과다.
김 대표가 이 같이 기술력을 강조하게 된 것은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 화공과를 졸업한 후 22년은 직장인으로, 그리고 나머지 25년은 기업인으로 살았다. 직장인으로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966년 섬유화학업체인 태광산업에 입사한 후 KIST 고부자연구부설연구원, 삼성그룹연구소 수석연구원, 삼성그룹 제일모집 기획실장 겸 신규사업팀장으로 재직했다.
하지만 그는 1988년 삼성의 팀장직을 내려놓고 직원 5명, 자본금 5000만원으로 도전을 시작했다. 이후 덕지산업은 창업 25년만에 직원 110명 자산 300억, 매출 295억원의 규모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수출실적이 514만달러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전년대비 매출이 38%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수출실적이 전년대비 227% 신장을 일으킨 점이다.
김 대표는 오랜 직장생활에서 얻은 노하우가 기업을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그는 “KIST에 재직할 때 기술력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고, 창업을 하면서는 기술력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 창업 초기부터 전체 매출의 13~14%를 개발비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경험은 과감한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삼성에서 근무할 때 필름개발에 참여했는데 3년 동안 연구해서 아주 조금의 성과가 보였는데 회사에서는 시장성을 믿고 과감하게 투자를 했다. 갑자기 팀원이 10명이 생겼고 이후 투자비도 늘었다. 마음 놓고 개발을 하다보니 작은 성과가 큰 시너지 효과로 나타났다.”
이런 경험은 창업 후 투자를 망설이던 김 대표를 자극했다. 작은 가능성만 보이면 과감하게 투자했다. 현재에도 매년 매출액의 4%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연구인력도 종업원 전체의 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덕지산업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사용되는 각종 외국산 펌프를 국산화해 수입 대체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2008년 개발에 성공한 ‘배연탈황설비 흡수탑 재순환펌프’는 수입펌프의 60% 수준의 가격으로 화력발전소의 원가절감 및 수입대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당시 위먼사가 독점공급해 전량수입하던 슬러리펌프는 덕지산업의 기술로 1년에 400만달러의 수입대체 효과와 한전 운영비 절감에 효과를 줬다.
‘배연탈황설비용 슬러리이송펌프’와 ‘슬러리이송용 수직펌프’는 외산펌프들의 50~70% 가격으로 개발돼 100%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기계류 부품소재개발 분야 발전에 큰 힘이 됐다.
김 대표는 사회적책임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중소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유니세프 회원으로 상록보육원의 이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사랑의 보금자리와 시화베드로 성당에 매월 일정액을 기부해 사회적 책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70세의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김 대표지만 이제 가업승계를 끝내고 적극적인 글로벌화에 나설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김 대표는 “20여년이 된 우리기업이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글로벌화가 필수다. 현재 전체 매출의 20%가 수출에 있지만 이를 50~70% 정도까지 수출의 비중을 넓혀 700만달러 돌파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품질, 가격, 기술 경쟁력을 갖춰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판로를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나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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