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후계자 선정의 기준과 원칙

자신이 평생 일군 기업을 자녀가 물려받아 대대손손 키워주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오너경영자들은 후계자로 전문경영인 보다는 자녀를 더 선호한다.
그러나 이제껏 재벌기업들의 족벌경영, 경영권승계 과정에서는 주가조작이나 탈세 등 장점보다는 문제점들을 더 많이 노출해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구성원들과의 공동 재산으로 인식하고 경영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과연 전문경영인과 가족 중 누가 더 후계자로 적합할까? 경영자라면 피할 수 없는 고민이다.
만일 다음와 같은 후보군이 있다면, 당신은 이들 중 누가 후계자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 △충분한 능력이 있는 아들 또는 딸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위 △충분한 능력이 있는 내부 관리자 △능력이 특출한 외부 전문경영인 △능력 없는 자녀
답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외부의 능력 있는 경영자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으로, 검증 안 된 가족보다는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외부 경영인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다른 하나는 가족 중에서 후계자를 선발하자는 의견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가족기업은 그 기업만의 고유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축적된 암묵지(暗默知)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식과 오너의 경영철학, 가치관은 외부인이 아닌 가족에게 전수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것.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 기업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을 자연스레 갖추게 된다. 그런 면에서 가족이 외부인보다 유리하고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이 문제에 대해 가족기업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이 자신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후계자로는 능력 있는 아들이나 딸이 가장 적합하다. 설령 외부에 더 뛰어난 후보자가 있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만약 자녀에게 승계할 여건이 안 된다면? 그 다음으로 적합한 후보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위’다. 일본에서는 아들이 능력이 없거나 승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데릴사위에게 가업을 잇게 하는 전통이 있다. 세계적으로 가족기업이 3대까지 존속하는 비율이 극히 낮은데도 일본에는 100년 넘는 기업이 약 5만개, 200년 넘은 기업이 3000개나 된다. 이렇게 많은 가족기업이 수세기에 걸쳐 생존하는 이유는 바로 데릴사위제도에 있다.
만일 자녀나 사위 등 가족 내에서 승계가 불가능한 경우, 그 다음으로 적합한 후계자는 능력 있는 내부 관리자다. 이들은 기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기업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암묵지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외부인보다 후계자로 더 적합하다. 그런데 가족이나 회사 안에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고 판단된다면 그때는 외부인을 후계자로 선정하는 것이 좋다. 만일 기업 규모가 작아서 외부에서 능력 있는 경영자를 영입할 수 없다면, 억지로 능력 없는 후계자에게 맡기기보다 차라리 기업을 매각하거나 M&A 등을 검토하는 것이 더 올바른 선택이다.
이상과 같은 후계자 선정 기준은 기업이 암묵지나 특별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 적합하며, 대부분의 중소·중견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누가 후계자가 되든지, 경영권을 오용하거나 잘못된 경영판단을 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거나 예방할 길은 없을까?
가족기업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방안으로 사외이사제도를 추천한다. 사외이사의 주요 역할은 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감독하는 일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전문적인 이사회를 구축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대부분 가족으로 구성돼 있어 마케팅이나 재무, 인사, 관리 또는 해외 마케팅 등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은 이사회의 통제를 유지하면서 조언이나 전문성을 얻기 위안 방안으로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자문위원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선화(에프비솔루션즈 대표 /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의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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