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는 건 300만개를 넘는 중소기업에 걸맞은 말이다. 자연의 바람이야 어쩌겠는가. 하지만 잘못된 정책으로 뿌리를 흔들거나 뽑는 바람은 막아야한다.
올해의 최대 화두는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였다. 경제민주화로 포장된 정책들이 중소기업을 더 괴롭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와 근로시간 단축논의가 대표적이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제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부의 편법 대물림을 막기 위해 도입됐는데 과세 대상자의 98.5%는 중소·중견기업이었다. 대기업은 여러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납품받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과는 달리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의 취지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중소기업의 실정을 외면하는 발상이다. 중소기업에는 지금도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부채질할 게 뻔한 일을 왜 하려는지 의문이다.

기업 옥죄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국이 선진국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과거처럼 선진국을 추종하는 전략으로는 안 된다. 창조경제를 내세운 건 옳았지만 창조경제를 정부가 주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창조경제의 주역은 어디까지나 기업이다. 기업의 창의력은 치열한 경쟁과 이윤동기에서 나온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기업을 옥죄는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규제부터 완화해야한다.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어야 창조경제가 꽃핀다.
창조경제의 성공 여부는 창업과 벤처의 활성화에 달려있다. 당장 창업해서 성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기다리지 못한다. 꽃은 쉽게 피지 않는다. 숱한 인고의 세월을 거쳐야 핀다. 멀리 내다보고 씨앗을 뿌려야한다.
창업은 위험한 것이라는 국민의 의식부터 바꿔가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해서 성공한 사례들이 쏟아져야한다. 진취적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교육혁신이 필요하다. 창업은 청소년의 희망직업이라는 도전정신을 심어야한다. 창업을 말리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 턱이 없다. 각종 고시에 매달리고 안정된 직장만을 찾으면서 창조를 말하는 건 구름 잡는 이야기다.

성공열쇠는 제품 경쟁력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범위기준을 매출액 단일기준으로 정리, 5개 업종별로 400억~1500억원으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 중소기업 범위를 어떻게 결정해도 문제는 남는다. 중소기업 범위를 어떤 잣대로 정한다는 게 이상한 일이고 중소기업이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건 솔직히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잘못된 정책이 빚어낸 결과다.
기업 크기가 어떻든 중요한 것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전문성을 가지고 세계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중간이 없다는 게 한국경제와 중소기업의 문제가 아닌가. 중소기업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은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자생능력 제고에 있다. 중소기업은 기술혁신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그런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조세·금융정책 등을 다듬는 게 정책의 몫이다.
2013년이 저문다. 연초에 걸었던 희망과 기대는 어느 정도 충족됐는가. 글로벌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적 경쟁은 방향도 알기 힘든 돌풍이나 다름없다. 바람이 강하면 나무도 강해진다고 했다. 강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강소기업이라야 살아남는다. 중소기업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생존과 발전전략이다.
중소기업인이여, 믿고 기댈 건 모든 종업원과 기업이 공급하는 제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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