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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엔 미숙한 망아지에 불과했다. 아버지가 바로 곁에 있어 더 그랬다. 장준식 동일전선 대표는 29살에 이 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동일전선을 이끌던 아버지는 그에게 명마 같은 존재였다. 동일전선은 통신용, 제어용 케이블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그의 아버지는 업력만 47년을 이어가는 동일전선을 알짜기업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었다. 장준식 대표는 차근히 경영수업을 받아 언젠가 아버지를 뛰어넘는 준마가 되기를 꿈꿨다. 그런데 명마가 쓰러졌다.
장준식 대표는 말한다. “약 5년 전에 선친께서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경영일선을 떠나셨습니다. 조직과 가족 내에 큰 위기감이 감돌았죠.” 가업승계에 큰 위기가 닥쳤다.
위기는 또 있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국경제를 강타한 암울한 시기였다. 대내외적으로 쓰나미가 한꺼번에 몰려온 꼴이었다.
하루아침에 망아지가 준마처럼 박차고 나가야 했다. 장 대표는 회상한다. “경영 일선에 나선 후에 정말 한 해도 쉬운 해가 없었어요.” 매년 커다란 장애물을 간신히 뛰어넘었다고 생각했지만 지난 2013년은 그에게 가장 힘든 고비였다. 그는 덧붙인다. “지난해 건설, 내수, 수출 경기가 동시에 부진을 겪었던 드문 해였습니다. 주력분야의 매출이 급격히 축소됐어요.”  
사실 망아지를 준마로 만드는 건, 체계적인 교육이나 오랜 숙련기간이 아니다. 수많은 위기와 고난이 망아지를 잘 달리는 준마로 성장하게끔 채찍질한다. 장 대표가 그랬다.
그는 “경제여건이 최악이었지만 신규제품 개발, 신규 수출선 확보 등으로 전년대비 약 20%의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며 “모든 임직원 분들의 노력과 성과로 이뤄낸 쾌거”라고 강조했다. 장준식 대표가 천천히 선두로 나가서 조직을 이끌 수 있도록 동일전선의 가족들이 조력자 역할을 해줬단 얘기다.
지난 5년은 장준식 대표를 비롯해 동일전선의 도전과 웅변을 대변하는 시기다. 한전과 KT 등 거대기업과 비즈니스를 펼치면서도, 케이블 틈새시장도 집중 공략했다. 무엇보다 그는 아버지의 경영철학을 따랐다. 그는 말한다. “아주 작은 틈새시장에서도 동일전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한 분야에 최고가 되라는 선친의 말씀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이제 장 대표는 동일전선의 진짜 변신을 꿈꾼다. 그는 경영 운전대를 잡은 후 체질개선과 신제품 개발 등 공격형 경영방식을 취했다. 장 대표는 아버지처럼 더 먼 미래를 내다본다. 그는 말한다. “이제 수성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지속성장 가능한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나게 하는 게 제 임무죠.” 장준식 대표는 올해 만 36세다. 그는 잘 달리는 젊은 명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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