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무(한남대겸임교수·경영학박사)

옛날 한양에 김학성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일찍부터 홀로돼 삯바느질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비 오는 어느 날 두 형제를 서당에 보내고 혼자 바느질을 하고 있는데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이상해 땅 밑을 파보니 커다란 솥에 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마도 잦은 난리에 누군가 묻어두고 피난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탓이려니 하고 이 가난한 어머니는 그 은을 다시 묻고는 그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자식들은 장성하고 어머니는 늙어 임종을 앞두게 됐는데 이때서야 어머니는 은 솥 이야기를 했다.
“무고히 큰 재물을 얻으면 반드시 뜻밖의 재앙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사람이 태어나서 마땅히 궁핍한 것이 있는 줄 알아야하는데 너희들이 어릴 때부터 먹고 입는 것이 쉽고 편하다는 것으로 알아 습성이 들면 공부에 힘쓰지 않을 것이요, 만약 가난하게 자라지 않으면 어찌 재물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겠느냐? 그러기에 내가 그 솥단지의 은을 단념한 것이다.” 어머니는 “지금의 재물은 비록 많지는 않지만 모두 내가 손발로 이루어놓은 것이니 갑작스런 운으로 이루어진 큰 재물과는 비할 것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끝내 그 은 솥이 묻힌 곳을 알려주지 않고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요즈음처럼 할아버지 재력까지 좋아야 마음에 드는 혼처와 혼담이 오가는 현실에서 보면 답답하고 원망스런 부모다. 극심한 양극화로 상대적 가난을 이기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윤리 교육은 뒷전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죽으면 단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하니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라는 말은 단지 구호일 뿐이다. 공정한 가격과 훌륭한 제품을 제공해야 성공한다는 강의는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고장 난 공자님 목소리다. 나랏돈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과 법과 원칙을 지켜 돈 번 사람 있는가 나와 보라는 생각들이 만연하다.
그래도 착하고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있어 세상이 잘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말은 이미 비웃음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더 심하다 하니 미래가 걱정된다. 반기업 정서는 이래서 더욱 심화 되고 있다. 정직하고 훌륭한 기업인까지 함께 매도되는 현실에 누가 투자를 하고 기업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이런 현실이 알게 모르게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복권 당첨 후 대부분 행복해지기 보다는 불행해졌다는 소식, 최근 미납급추징 환수에 완강히 버티던 두 전직 대통령의 행태, 얼마 전 우리나라 최고의 대부(大富)로 알려진 S재벌 자손들의 재산 상속 관련 소송 등은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 재(財)가 재(災)로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들이다.
행(幸)이 도리어 화(禍)가 된다는 행반위화(幸反爲禍)라고 할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며 돈 버는 데에는 온갖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요즈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으로 김학성 어머님의 지혜를 반추해 본다.
사업은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는 가’의 관점이 아닌 ‘고객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가’로 바꿔야 하는 혁신 마인드를 강조하면서, 진정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영혼을 감동 시키고 내가 필요한 고객이 아닌 나를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손을 내 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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