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쏠림 심화 ‘예견된 어닝쇼크’
결국 삼성전자의 전성기는 2013년 3분기까지였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2013년 4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영업이익이 3분기에 비해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연말부터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영업이익이 5분의 1이나 줄어든 성적표를 발표하면서 시장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에 줄어든 데는 핑계가 있긴 하다. 지난해 말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20주년에 맞춰서 임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대략 70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신수종 사업과 기존 반도체와 스마트폰 관련 연구개발 비용도 대폭 증가했다.
진짜 걱정거리는 지난 4년 동안 삼성전자를 세계 1위 자리로 이끌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가 진작에 꺾였다는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2008년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프리미엄화하는데 성공했다. 화질과 속도와 크기 같은 하드웨어적 요소가 월등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았고 시장에 먹혀들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가격이 300달러가 넘는다. 비싼 만큼 마진율도 크다. 삼성전자가 성큼성큼 애플을 추월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2013년 2분기부터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우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프리미엄 시장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줬다. 다시 4분기엔 어닝 쇼크까지 왔다. 지금 상황을 예사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에 밀리게 된 건 소프트웨어 탓이다. 스마트폰은 지금 기술 혁신이 아니라 기술 진화 단계다. 최근의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애플은 소프트웨어로 성능을 개선시키고 있다. iOS를 업그레이드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 게다가 애플은 액정 크기와 무게를 다양화하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전략도 모방하고 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적으로만 기능을 개선한다. 사실 삼성전자는 소프트웨어를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의존하고 있다. 근원적 한계다.
2014년 전망도 어둡다.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스위스 UBS그룹은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처음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예측했다. 자연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치도 3% 가량 낮췄다. 삼성전자 역시 내부적으론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스마트폰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는 오래됐다.
뻔히 막다른 길이란 걸 아는데도 다른 길을 가기가 어렵다는 게 진짜 고민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년 동안 조직 효율성 극대화를 통한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외치며 추진한 신경영의 목표는 크지만 빠른 삼성을 만드는 데 있었다. 그걸 위해서 중앙집권적 조직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삼성전자는 부품 제조부터 조립판매와 마케팅과 유통과 AS까지 전 과정을 홀로 통제한다. 이 과정이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아떨어지면서 삼성전자는 엄청난 속도를 갖게 됐다. 그 저력이 제대로 발휘된 게 2010년이었다. 애플한테 뒤처져있던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를 전후해서 불과 반년 만에 갤럭시를 만들어냈다.
수직적인 삼성전자의 조직력은 혁신이 일어나면 추격을 통해 기술을 진화시키기에 알맞다. 그렇게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을 진화시켜서 한층 고급스럽고 편리한 갤럭시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반도체 역시 혁신 기술을 속도와 규모로 따라잡은 경우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혁신을 설계하긴 어렵다. 혁신은 불특정 다수의 모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처럼 모두가 최고경영진만 바라보는 수직적 대기업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킨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삼성전자도 안다. 그러니 길은 세 가지다. 조직을 개혁해서 혁신에 걸맞게 변신하는 길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 혁신을 사들이는 길이다. 혁신이 일어나길 기다리며 힘을 비축했다가 2010년처럼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추월해버리는 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0년부터 5개 신수종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이례적으로 기업 설명회를 갖고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둘 다 삼성전자가 안 가본 길이다. 지금의 삼성전자 조직한텐 유리할 것도 없다. 결국 다시 빠른 추격자 전략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삼성전자 조직을 바꾸지 않고도 다시 한 번 정상에 설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게 하나 있다. 전성기는 끝났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신기주(경영전문칼럼니스트 / 「사라진 실패」 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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