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승계의 성공요건

최근 국회의 세법개정안으로 가업승계의 큰 걸림돌이던 상속세 부담이 많이 완화됐다. 하지만 세금문제가 해결됐다고 해서 가업승계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가업승계 성공률은 불과 30%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세금이 높은 나라든 없는 나라든 거의 같은 비율로 나타난다. 결국 세금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성공적인 승계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가업승계의 실패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첫 번째 이유로 후계자가 경영자로서의 리더십이나 자질이 부족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족간의 분쟁이다. 가업승계를 전후해 가족간 분쟁이 발생하면 필연적으로 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더 치명적이다.
최근 창업 1세대들이 퇴진하거나 사망하고 2세들이 경영의 전면에 나서면서 승계를 전후해 가족분쟁 소식이 부쩍 많이 들려온다. 경영권과 소유권 다툼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분쟁의 유형을 살펴보면 갈등의 구조가 대게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이는 사전에 조금만 주의 깊게 준비하면 예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많은 갈등유형은 형제간 ‘경영권과 소유권 분쟁’이다. 그런데 갈등을 보면 이것은 비단 형제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부분 형제간의 분쟁은 삼각구도를 이룬다. 맨 위에는 아버지가 있고 아래에는 두 아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창업자는 처음에 장남을 잠정적인 후계자로 선정한다. 장손의 가치를 우선으로 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이 생각하기에 기업 운영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자녀를 후계자로 지정한다. 관계보다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오너들은 더 능력 있는 자녀가 기업을 맡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자신과 가장 닮은 자녀를 후계자로 지정한다. 이 때문에 형제간 경영권과 소유권 분쟁이 발생하고, 동시에 후계자에서 밀려난 자녀와 아버지와도 갈등관계가 된다. 이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후계자 선정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를 예방하려면 후계선정에 따른 명확한 원칙과 규정을 마련하고 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다른 갈등 유형으론 형제간 ‘상속분쟁’이다. 창업자가 소유권에 대해 명확한 철학이나 가치관을 후대에 전달하지 못하고, 심지어 유언장조차 남기지 않는 것이 가족분쟁의 불씨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재산분배 시 자녀간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아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다른 갈등 유형으로 형제간 ‘주도권 경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자녀에게 주도적인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형제 또는 자매가 공동 상속하고 함께 일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 경우 형제간 화합이 잘되면 시너지가 나지만, 만약 서로 기업운영의 방향이나 미래 비전 등이 다른 경우 갈등이 발생한다. 때로는 형제간 주도권 경쟁으로 갈등이 심화되기도 한다. 창업자는 자녀들이 함께 일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서로 사전에 협의하고 이에 따른 규정을 명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많은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이 머지않아 은퇴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엄청난 부의 세대이전이 진행될 것이다. 창업자들이 가족간의 갈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를 하지 못한 채 퇴진한다면 어느 가족도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글 : 김선화(에프비솔루션즈 대표 /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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