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승 몽고식품 대표

‘짭짤한 대물림’ 3代… 지구촌 식탁 간 맞춘다
100년 넘게 숙성됐다. 몽고식품은 올해 창립 109년을 맞는다. 창업주 고 김홍구 회장은 아들 김만식 회장에게 가업을 물려줬고, 김 회장은 다시 아들 김현승 대표에게 경영권을 승계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아들이 3대에 걸쳐 간장을 만들고 있다. 이제 창업주의 장손인 김 대표가 몽고식품의 100년을 설계한다. 몽고식품의 숙명이다.

고 김홍구 회장은 한국 장류 역사의 거인이다.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의 탄생과 도약은 창업주 김홍구 회장이 전부 설계했다. 그렇지만 거인이 갑작스레 쓰러지고 김만식 회장이 몽고식품을 맡게 되면서 몽고식품에도 새로운 도전과 변화가 불었다. 김만식 회장이 기업의 경영 공백에 따른 돌발 상황에서 필연적인 승계를 했다면, 아들 김현승 대표는 그의 안정적인 경영 아래 차근히 경영수업을 익혔다.
김현승 대표는 말한다. “처음엔 다른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어요. 다양한 직장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버지가 직장생활보다 몽고식품에서 밑바닥부터 하나씩 배우라고 하셨지요.” 김 대표는 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사실 양조업은 오랜 숙련기간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 김만식 회장이 그의 아버지인 고 김홍구 회장으로부터 배운 가르침이다. 이번엔 김만식 회장이 가르쳤다. 그는 “밑바닥부터 하나씩 배우려면 적어도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몽고식품의 영업 현장부터 발을 들여 놓기 시작했다.
어쩌면 김 대표는 유년시절부터 가업승계를 은연중에 받고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집이 공장과 나란히 붙어 있어 김 대표는 공장이 놀이터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직원들의 잔일을 돕는 것을 즐겼다. 방학 때는 아예 회사 일에 매달리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고군분투하는 전장에서 어깨 너머로 가업의 정신을 배우고 있었던 셈이다. 창업주의 장손은 그렇게 몽고식품의 안팎에서 승계의 운명을 맞이할 준비를 한 것이다.

대기업과의 한판 싸움
100년이 넘는 몽고식품 성장 스토리에도 위기의 순간은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건이 장류업이 중소기업 고유 종목에서 해제된 1990년대 무렵이었다. 이에 따라 식품 대기업이 뛰어들면서 시장엔 위기감이 감돌았다. 주춤 거리다간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할 게 뻔해 보였다. 김현승 대표는 정면 돌파를 구사했다. 창원에 근거지를 둔 지방기업 전략을 벗어 던지고 수도권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싸움터를 넓히고 전술을 다양화 했다. 할인매장을 통해 몽고식품의 제품을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렸다. 할인매장 활성화는 몽고식품이 외환위기를 넘길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할인매장 유통과 수도권 시장 개척은 몽고식품의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린 김 대표의 결정적인 한수였단 얘기다.
김 대표는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영업과 거래처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몽고식품과 대리점과의 관계를 대폭 개선했다. 서울지역의 4개 총판을 12개 대리점으로 확충했다. 영업망을 확장해 시장 영향력을 끌어올릴 작정이었다. 식품기업은 결국 영업망의 경쟁력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존 총판 운영자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장 총판의 이익이 줄어들 것을 예상했다. 나름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김 대표는 몽고식품의 현재 보다 미래를 제시했다. 총판 운영자들을 끈질기게 설득하면서 결국 수도권 시장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유통망을 구축했다. 비로소 몽고식품만의 전투대형을 완벽히 갖춘 셈이다.

글로벌 몽고식품을 꿈꾸다
이제 몽고식품은 전열을 가다듬어 해외 원정전도 준비한다. 공략 지역으로 장류 식품을 즐겨먹는 중국이나 일본을 예상할 수 있지만, 김 대표는 미국 본토를 선택했다. 이어서 유럽 전역을 염두하고 있다. 그는 프리미엄 제품을 무기로 이들 현지 시장에서 몽고식품의 돌풍을 꿈꾸고 있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전진기지 건설도 구상 중이다. 미국의 간장 시장은 현재 일본의 ‘기꼬망’이 장악하고 있다. 데리야끼소스는 기꼬망이 미국인의 식습관에 맞춰 개발한 제품. 몽고식품은 광활한 미국 전역에서 기꼬망과 숙명의 한일전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몽고식품의 도전과 꿈은 김 대표 혼자 꾸는 꿈이 아니다. 임직원들도 함께 그리는 청사진이다. 그들이 있어 몽고식품의 지난 100년은 가능했는지 모른다. 다시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는 김 대표는 단언한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의 힘이 필요하고 소비자의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여전히 몽고식품은 맛있게 숙성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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