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위기 관리의 기본수칙

신년이다.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위기경영이나 비상경영, 생존경영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올해도 역시 기업 최고경영자의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단어가 ‘리스크관리’다. 기업은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과 번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위기를 조기에 탐지해 대응하고 기회를 포착해 경쟁사를 앞지르려고 한다. 동시에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하고 미래 경쟁력도 대비해 위기 이후까지 생각한다. 새해부터 숙제가 많다.
실제 비즈니스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기업이 제자리 걷는 동안 경쟁자와 기술 그리고 고객 모두가 순간순간 변화하고 이동한다. 현재의 사업과 상품이 돈다발을 안겨준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기업의 가치는 혁신하거나 혁신한 경쟁자를 바짝 쫓을 때나 간신히 올라갈 수 있다. 비즈니스 세계의 냉혹한 현실이다.
기회를 선점했다는 생각이 기업을 자만에 빠트리는 독이 되기도 하고, 위기라는 불확실성이 기업의 구성원을 더욱 분발하도록 채찍질하는 약이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의 경영진들은 아직도 리스크는 커녕 위기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세부적인 사전 대비와 사후 대응, 그리고 기회로의 활용 방안에 여전히 막연해 하고 있다. 21세기의 기업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시대에서 가치와 리스크, 위기를 이해하고 관리하기 위해 새롭고 균형 있는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
규모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거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외부 환경을 분석하고 예측하고 각 사업부의 성과와 전략을 검토한다.
또 기업 내 자원을 파악하고 배분하며, 이듬해의 사업 내용을 확정하고 예산을 배분하면 기업의 전략이 완성된 것으로 많은 경우 착각한다.
문제는 이런 계획 작업이 붕어빵 찍듯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매년 반복해서 이뤄지지만, 기업의 운명을 결정할지도 모르는 전략적 사안을 해결해주지 못할 때가 많다. 시스템에 대한 과신으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영 현장에서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 변화 속에서 처음 계획했던 대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사업 여건이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전에 분석해 모든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한 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략 사파리’의 저자 헨리 민츠버그의 말처럼 경영진은 좌뇌의 합리성이나 분석력 못지않게 우뇌의 감수성과 직관력을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
위선적이거나 양면성을 지녔다는 뜻으로 우리는 ‘야누스의 얼굴’이란 말로 부른다. 하지만 고대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두 얼굴의 야누스는 실제로 앞뒤 서로 반대편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문을 지키는 신으로 위선, 양면성의 의미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오히려 앞 얼굴은 미래를 내다보고 뒤 얼굴은 과거를 돌아본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기업의 비즈니스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앞을 본다는 것은 혁신과 함께 사업을 추진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뒤를 본다는 것은 과거의 많은 실패와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활동이다.
이렇게 앞뒤 모두를 예의주시하는 야누스는 좌뇌로 계획하고 우뇌로 균형 있게 경영하는 리스크 인텔리전트(Risk Intelligent)한 이상적인 경영자를 의미하는 완벽한 메타포(metaphor)인 셈이다.

허구(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이사 / 「리스크 인텔리전스」의 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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