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이달 들어 세계 주가와 신흥국 통화값이 폭락했다. 벌써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을 너무 빨리 추진하지 않았느냐는 비판과 함께, 미국 증시에 낀 거품이 본격적으로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테이퍼링 추진 이후 대부분 신흥국들은 금융불안이 재연되고 있다. 대조가 되는 것은 선진국들은 거품 우려가 제기돼 왔던 증시가 조정을 받는데 비해 신흥국들은 자금유입 과정에서 고평가됐던 통화 가치가 심하게 흔들린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들은 ‘낙인 효과’까지 가세돼 통화 위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고위험 위기국으로 분류되는 신흥국들이 과연 ‘나선형 악순환 이론(spiral vicious circle theory)’에 빠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앞으로 테이퍼링 추진 과정에서 일부 신흥국들이 ‘외자이탈→통화가치 폭락→외환보유 감소·금리인상→실물경제 침체→추가 외자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다면 그때는 위기다.

다시 불거진 신흥국 금융불안
유일한 해결책은 테이퍼링에 대한 Fed의 입장이다. 테이퍼링도 양적완화와 함께 또 다른 각도의 금융시장과 경기안정책이다. Fed가 테이퍼링 추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선진국 주가와 신흥국 통화값 폭락을 거품과 고평가가 해소되는 아름다운 조정으로 판단한다면 크게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약 3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첫 단추인 테이퍼링이 끝난 이후 풀린 돈과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금리를 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까지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미국의 시장금리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 이후 국가간 자금흐름이 각국 간 금리차에 의한 캐리자금의 성격이 짙은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 테이퍼링 추진 이후 신흥국 환율은 급등했다. 출구전략 추진만으로는 원·달러 환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규모 경상수지흑자 등 하락요인도 만만치 않아 그 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中企, 이종통화 환율 변화 대비를
하지만 미국 달러화를 제외한 이종통화 환율은 사정이 다르다. Fed가 테이퍼링을 추진한 이후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오히려 추가 양적완화 계획을 밝혀 엔화, 유로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의외로 크게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과 일본 간 시장금리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상반기가 우려된다.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도 그렇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를 토대로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을 점검하면 ‘고위기 위험국’으로 외환보유고가 적고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심한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필리핀, 태국 등이 속한다. 반면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건전하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히 쌓아 놓고 있는 한국, 중국, 대만 등은 ‘저위기 위험국’이다. 재정환율 성격상 분자인 원·달러 환율보다 분모인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환율이 더 오른다면 원화 가치는 절상된다.
준선진국 위치에 있는 한국은 신흥국과 다른 통로로 영향을 미치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테이퍼링으로 선진국의 장점인 금융시장 안정은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신흥국 자금이탈에 따른 영향이 집중돼 달러 이외 이종통화 환율은 크게 불리해 진다. 중소기업을 비롯한 국내 수출업체들은 이 점을 사전에 파악해 대비해 놓아야 한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한국경제TV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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