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람은 실패’란 공식 깨라
만약 한국이 100명으로 이뤄진 마을이라면? 이 마을 사람들 가운데 559개 상장 제조기업에 다니는 정규직은 단 1명이다. 그 범위를 2000개 기업으로 넓혀 봐도 정규직은 단 3명뿐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1등 기업은 끊임없이 외친다. 우리가 잘 돼야 마을 전체가 잘 된다. 정부와 경제학자들도 맞장구를 쳤다. 대기업이 수출을 잘해서 돈을 벌어오면 자연스럽게 부가 사회에 골고루 퍼진다고. 그런데 결과는?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은 트리클다운(낙수효과)이라고 하는 것은 실제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가 대표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2000대 기업의 매출액이 815조원에서 1711조원으로 두 배 넘게 커지는 동안, 일자리는 2.8%밖에 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들의 경제를 나의 경제로 착각해 자신은 관객인 줄도 모르고 이들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월스트리트>(1987)에서 영화 속 기업사냥꾼인 냉혹한 투자자 고든 게코가 ‘텔다 제지’ 주주 총회에서 이렇게 외친다.
“여러분, 탐욕은 선입니다. 더 나은 단어가 없다면요. 탐욕은 옳습니다. 탐욕은 일을 되게 만듭니다. 탐욕은 텔다 제지 뿐 아니라, 또 다른 고장 난 기업 ‘미국’을 구해낼 것입니다.”
결국 주인공은 이 주주총회에서 기존 경영진을 몰아내고 텔타 제지의 경영권을 손에 쥔다. 주주들은 돈을 낭비하는 경영진이 아닌 이윤과 효율성을 중시한 고든 게코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마을 전체로 보면 그 선택은 참혹한 선택이었다. 그 선택은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1%와 99%로 나누어진 양극화 세상을 만들어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가 일어난 이유는 탐욕이 지배하는 기존 시장만능주의 사고방식과 체제에 대한 반란이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고 외친 시위대는 금융탐욕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2011년 11월5일을 ‘은행계좌 옮기는 날(bank transfer day)’로 정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달 만에 지역공동체가 운영하는 협동조합으로 60만명의 신규계좌가 개설됐고 45억달러가 흘러들어왔다.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은 우리가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결론적으로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인간의 이타심과 착한 경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에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논증하며 알기 쉽게 설명 하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선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상한 공식은 이제 깨져야 한다. 경쟁하면 이기고 협력하면 진다는 이상한 경제는 넘어서야 한다. 선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제, 그게 바로 이상한 나라를 탈출하는 방법이다.”

글 이채윤 / 삽화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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