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데…인건비 폭탄에 中企 ‘초토화’우려
중소기업계에 통상임금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해 인건비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겐 뼈를 깎는 자구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경영진 입장에선 상여금 삭감과 취업규칙 변경 등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된 상황에서 기존 임금체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고 인사·노무관리에 인력과 자원을 쏟아 부어야 할 형편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 전문가들도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이 상승하고, 노동생산성은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가 중소기업 성장환경의 악재로 판단한 것이다. 최근 정부가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을 발표하면서 가뜩이나 경영악화에 사로잡힌 중소기업의 임금체계에 부담감을 가중시키는 분위기다.   
지난 6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통상임금 설명회’에서도 정부 지도지침에 대한 중소기업 경영진들의 애로사항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 개혁추진단 강검윤 사무관은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상임금 노사지도지침’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강 사무관은 “지난해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판결한 내용을 기반으로 이번 노사지도지침을 만들게 됐다”며 “중소기업 사용자 입장에선 임금체계에서 기본급과 수당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손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CEO 대다수는 “정부의 지도지침은 통상임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며 “이번 지침으로 임금체계에 대한 노사갈등이 더 심각해 질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대법원이 판결한 “1임금지급기(1개월)를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해석을 그대로 반영한 정부 지침에 대해 한 중소기업 CEO는 “당장 인건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단초가 됐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애매모호한 고정성과 정기성 판단
판금 중소제조업체를 경영하는 한 CEO는 “1개월 내에 지급한 임금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앞으로 엄청난 추가 임금지급을 해줘야 할 판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동안 이 업체는 관행적으로 2개월이나 3개월에 한번씩 지급하는 상여금은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는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이젠 정부 지침에 따라 기간에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모두 적용해야 할 상황이다. 해당 CEO는 “정부 지침 때문에 노조 측과 임금협상에 혼란이 쌓이고 있다”며 “1개월 내로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완화해 줘야 기업의 부담이 적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침에 대한 해석 논란은 또 있다. 정부는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함께 “정기상여금과 같이 정기적인 지급이 확정돼 있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통상임금 설명회에 참석한 익명의 중소기업 CEO는 “이는 노사간의 해석과 기업별 관행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재직자의 통상임금에 넣을 수도 뺄 수도 있고 퇴직자에 대한 지급 여부도 여러 해석이 가능해져 혼란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혼선은 기업마다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을 어떻게 적용하고 판단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에 따른 것이다. 한 중소기업 CEO는 “업체마다 관행과 관습이 다 다른데, 세 가지 요건을 판단할 기준이 정부 지침에선 명확하지 않아 결국 소송에 따른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정부 지도지침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요구했다.

◇인건비 상승…노동생산성 하락될 터
통상임금 범위 조정에 따라 중소기업 노동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중소기업 3대 악재 가운데 하나로 통상임금을 꼽았다. 통상임금 확대로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이유다.
중기연구원은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계가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로 인해 중소기업이 1년간 4조7166억원의 임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이는 노동생산성 하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해 중소기업 경영위기 발생의 원흉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성명서를 내고 “1988년 제정된 이후 장기간 효력을 유지해오던 1임금지급기 요건이 없어지면 정책혼선이 불가피하고 기업이 짊어질 부담 역시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추가부담액에 대한 염려다. 경총은 전체기업의 부담금을 38조5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경총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직후 발표된 노동계의 판결 불복 입장과 통상임금 소송 관련 지침 내용에 비춰보면, 올해 임단협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중기중앙회는 지난해 12월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수많은 기업은 노사갈등과 임금청구 소송에 휘말려 더 큰 경영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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