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도 안 난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

지난주엔 정몽헌 회장의 죽음과 연관된 얘기를 했지만, 최근에 모 중소기업 사장이 자살을 했다. 하도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시대이니까,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 쯤은 신문의 1단 기사거리도 되지 않았다. IMF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은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다.
기업인의 자살은 충분한 사회적 충격이 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IMF를 맞아 수도 없는 기업인들이 자살하는 바람에 어지간한 죽음은 매스컴으로부터 죽음 대접도 받지 못했다.
자살한 그 중소기업 사장의 저고리 안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 가운데 동업계 사장들에게 보내는 유서도 있었다고 한다.
“절대로 돈을 꿔서 경영을 하지 마십시오. 특히 사채업자에게서 돈을 꿔 경영을 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사채업자에게 오죽이나 시달렸으면 그런 유서를 남겼을까, 그의 동료들은 빈소에서 그것을 가슴 아파하며 소주잔을 비웠다. 하지만 사채업자가 문제가 아니라 사실은 CEO의 의식 속에 깃든 부채경영이 더 문제다.

제 돈 가지고 사업하면 바보?

“내 돈만 가지고 경영을 한다는 것은 바보다”, “꿀 수 있으면 많이 꿀수록 좋다”, “부채를 지지 않고는 사업 확장은 불가능하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심지어 자금의 여유가 있어도 꿀 수 있다면 많이 꿔야 한다는 극단론도 있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한창 불이 붙듯이 커가던 시절의 얘기다. 아니 그 이전부터도 부채경영은 무슨 당연지사처럼 여겨져 왔다. 따라서 은행에서 돈을 잘 꾸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자본주의를 모르는 시대, 자본주의의 핵심 또는 자본주의의 꽃이 주식자본주의임을 모르던 시대의 우화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래서 이 나라의 CEO들은 새로운 프로젝트, 새로운 사업 계획이 있으면 우선 부채를 동원할 생각부터 했다.
제 돈 가지고 사업을 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사회라면 좋은 사회는 아닐 것이다.

좋은 사업에 투자하는 분위기를

돈이 억수로 많고 억수로 버는 재벌들도 은행 돈을 억수로 썼다. 은행 돈을 많이 꿔 정부와 로비를 하고 그 반대급부로 이권을 따내는 재미에 재벌은 은행을 사제금고처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영자는 은행 돈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우니까 돈이라면 네 돈 내 돈 안 가리고 꿔 썼고, 심지어는 사채까지 끌어쓰다가 온갖 봉변을 당하기 일쑤였다.
물론 부채경영이란 개념 자체가 가능하기는 하다. 좋은 사업계획은 있는데 자금이 부족하면, 그 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해서 돈을 벌어 갚으면 된다고 간단히 생각하는 것이다.
부채경영이 하나의 경영기법으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때로 경영이 시원치 않은 CEO는 은행이나 지인들로부터 돈을 꾸는 빌미로 사업계획서라는 것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이 땅에도 본격적인 자본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제3시장, 또 주식의 장외거래도 가능하다.
이제 중소기업도 좋은 사업계획을 가지고 투자를 받는 분위기를 정부가 마련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계속 부채경영에 매달려야 하고, 그러다 보면 사채를 쓰다가 자살하는 CEO의 비극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commukim@dreamwiz.com
코리아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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