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무(한남대학교 겸임교수)

백화점에는 여러 가지 상술이 숨어 있다. 우선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다. 이는 창문에서 빛이 들어오면 사람은 심리적으로 냉정해진다고 한다. 냉정한 사람은 쇼핑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쇼핑객의 심리 상태를 바꾸기 위해서다.
창문이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고객의 시간관념을 뺏기 위한 것이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둑해지는 것을 모르고, 다시 말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백화점에는 시계 매장 외에는 시계가 없다. 특히 먼 곳에서 볼 수 있는 시계는 어느 곳에도 없다.
또 1층에는 항상 여자 화장품, 명품, 보석류 등의 화려한 것들로 배치를 한다. 화장품의 냄새와 각종 명품과 보석류들이 고객의 눈을 현혹시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더 크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백화점에 들러 쇼핑 할 때면 항상 음악이 흐른다. 꽃이 만발하는 봄철에는 화사하고 경쾌한 느낌의 왈츠, 녹음이 짙은 여름철에는 레게와 같은 시원한 음악이 애용되고 있고 낙엽 지는 가을에는 고독한 분위기에 빠져들게 하는 샹송, 칸초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느낌을 연출하게 하는 발라드가 선곡된다.
주말이나 세일 기간에는 고객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박자가 빠른 댄스음악, 고객이 비교적 적은 평일에는 느긋하고 조용한 발라드 풍 음악을 들려준다. 매출이 영 신통치 않을 때에는 장송곡에 해당하는 가까운 슬픈 음악을 활용 고객의 마음을 공허하게 해 구매 욕구를 불러 일으켜 매출로 이어지게 한다.
하루도 4단계로 나눠 오전에는 느긋한 클래식, 정오부터 오후 4시까지는 나른함을 없애는 댄스 같은 경음악, 장바구니 주부들로 부산해지는 오후 4시부터 7시까지는 조용한 음악으로 천천히 쇼핑을 유도하고 이후 폐장이 가까워지면 높은 볼륨의 빠른 템포 음악을 들려주면 고객은 자신도 모르게 서둘러 상품의 구매 선택을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음악은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하지만 신호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어느 할인 매장에서는 1일 매출 목표가 달성하면 코리아나의 ‘투 더 빅토리’가 나온다.
종래 흐르던 음악이 멈추고 이 음악이 나오면 그날 매출 목표를 달성했다는 뜻으로 점원 모두는 즐거운 기분으로 박수를 치며 피로를 잊는다. 목표 도달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수고해준 종업원의 사기를 돋우는 한 방법으로 쓰인 예이다.
점포의 입지는 성공의 열쇠라고 한다. 백화점 내에서 점포의 위치도 매출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 에스컬레이터 왼쪽과 오른쪽 어느 쪽이 매출에 더 유리할까? 왼쪽이 유리하다. 사람들은 대부분은 오른손잡이다. 오른발이 힘이 좋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방향을 틀 때 왼쪽으로 틀기 때문이다. 따라서 왼쪽매장이 고객을 접할 확률이 높다. 왼쪽매장을 차지하는 것이 매출에 유리함은 당연한 일이다.
훌륭한 낚시꾼은 물속까지 알고, 솜씨 좋은 사냥꾼은 산짐승의 길목을 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마케터는 사람의 모든 행태를 알아 이를 판매현장에 접목시켜 매출을 증대시킨다. 시대는 변한다. 따라서 사람도 변한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늘 탄력적으로 대응해 전략을 수립하고 상황 상황에 따라 전술을 펴면 불경기 같은 어려운 시기도 견뎌 낼 수 있다.
늘 새로운 정보가 부족하고, 교육도 미흡한 작은 소점포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 매장에서 배우는 벤치마킹도 한 방법이다.

조병무(한남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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