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지났는데도 게릴라성 폭우가 하루가 멀다하고 전국적으로 쏟아지고 있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참으로 세상이 어수선하니 하늘마저 노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즈음 이같은 궂은 날씨 못지 않게 정말로 어수선하고 예측불가능하며 갈수록 악화돼가고 있는 것이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옛일로 해도 현정부 들어 이미 정착단계에 들어선 제조물 책임법, 고용허가제, 주5일 근무제 등은 이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하는 사회제도가 됐다. 그런데 최근에는 한동안 잠잠하던 ‘장기어음’이 경기침체와 함게 다시 살아나면서 이제는 우리 중소기업을 아예 무덤속으로 몰아 넣는 기분이다. 최근 국내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자금난에 빠진 대기업들이 결재기간이 3개월이 넘는 장기어음을 공공연하게 발행해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제한하면서 가중되기 시작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중소기업환경은 어느 것 하나 기업에 유리하게 변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어려운 환경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하루아침에 소생시킬 수 있는 수호신도 가까운 시일 안에는 나타날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시기에 그나마 붙어있는 목숨이라도 부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스스로 생존법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벼랑끝에 내몰린 중소기업
경영이론에 ‘상황적합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기업의 경영시스템 내지는 경영방식은 기업이 처해있는 상황과 환경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기업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경영환경은 특히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렵고 따라잡기도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체념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인지라, 이쯤해서 억지 춘향식으로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 같아 중소기업의 경영전략이라는 큰 개념으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첫째,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기업의 몸집이 커지고 글로벌화할수록 신제품개발과 제품의 품질이 중요시되는 다품종 소량의 주문생산시장이 늘어난다. 그리고 갈수록 획일적인 상품을 싫어하게 될 소비자들의 욕구를 가장 먼저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 중점을 두는 브랜드 관리나 마케팅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수록 자생력 키워야
둘째, 본난을 통해 이미 제안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면, 요즈음과 같은 난세에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 스스로 나눔과 협동을 통해 힘을 모아야 한다.
예컨대, 이업종교류, 공동사업체구성, 제조업과 운송업체간 공동사업장 운영과 같은 방식을 통해 유기적인 정보교환과 자문, 경비절감, 품질과 유통상의 시너지 효과 등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면서 시장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것이다. 이는 산업공동화로 인해 국내산업기반이 취약해지고, 일자리가 줄어듦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국내 노동시장의 혼란과 국민경제 침체의 가속화 등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권유할 만한 전략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경영환경을 도저히 견뎌낼 재간이 없는 중소기업인 경우에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과 같은 국가에 진출해 경영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면 그만한 다행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해외로 진출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인 바,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사업성 여부를 확실하게 결정한 후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대부분 해외진출 경험이 전무하고, 정보의 수집과 분석력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외에 이미 나가 있는 대기업과 공존하는 상품체계나 협력관계를 구축한 연후에 해당국가에 진출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에서 제안한 몇 가지 경영전략은 전혀 새로운 것도 아니고 틀림없이 효과가 있다는 보장도 없는 것이다. 여기서 이같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스스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장·발전할 수 있는 자생력을 길러야 할 때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박영배(세명대학교 경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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