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정부 들어 1년여 동안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공기업 혁신, 규제개혁 등 경제정책의 핵심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선언되고 추진되는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각 단어들이 지향하는 바에는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공정한 경쟁의 기반에서 기업가정신이 살아나며, 정부와 공공부문의 혁신, 획기적인 규제개혁이 기업들의 적극적인 창조활동을 촉진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 시장 창조, 기업조직 혁신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기업가정신이 살아나야 창조경제도 가능해진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정부 역할은 기업가정신의 기반을 조성해 시장에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접근 방향은 개괄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경제와 고용부문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은 아직 경제정책 추진의 구체성과 적절성에 대한 신뢰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을 고양하고 창조경제를 가시화하려면 기득권과 구습에 집착하는 세력을 극복하고, 각 부처간 연계와 통합이 바탕이 된 핵심 정책을 형성하고 추진해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도 중요하다. 또한 상대가 있는 게임이므로 다수가 공감하는 방향과 논리에 근거한 정책의 강력한 추진이 중요하다는 점에 유의해야할 것이다.

기업인 우대해야 창조경제 가능
우선 기업가정신은 창업과 기업활동이 존중되고 기업가들이 물질적 보상과 더불어 정신적으로도 자긍심을 지닐 수 있을 때 고양된다. 우리 사회가 공공부문에 비해 기업 및 기업가들을 충분히 존중한다고 볼 수 있을까?
중앙과 지자체 단위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행사에서 정치인과 공직자만 상석을 차지하고 기업인과 종사자를 보기 어려운 것은 무엇 때문인가?
다수의 청년들이 기업보다 공직에서 일하기를 선호하고 공공부문에서의 보상과 경험이 기업부문의 그것보다 우대되는 여건에서는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창업기업가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독과점적 시장 지배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들의 창조와 도전도 실패하기 십상이다.
시장에서의 가치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고학력과 스펙을 요구하는 것도 창조와 혁신경제를 추진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장에서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
현장에서의 도전과 시행착오는 혁신과 창조의 밑거름이다. 창조경제의 핵심기반인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려면 우선 창업자와 기업이 존중되고 충분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여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어느 한두 부처의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전 정부적 차원에서 자신의 사업들을 스스로 축소 또는 폐지할 수 있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자신을 양보하고 국가경제를 우선하는 읍참마속의 자세가 요구된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사람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제도와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노력과 도전은 성패에 관계없이 격려되고 보상돼야 한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종사자 못지않게 벤처 창업자와 중소기업 경영자와 근로자에게 충분한 보상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
선배들이 이룩한 부와 명성 속에 안주하는 자들이 우대받는 풍토에서 창조와 혁신은 연목구어이다. ‘Stay Foolish, Stay Hungry’가 창조를 꽃피우고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는 기반이다. 부모의 돈으로 좋은 스펙을 쌓은 사람보다 스스로 현장에서 돈을 벌어본 사람의 경험과 학습을 높게 평가하는 여건이 돼야 한다. 사람을 교육하고, 채용해 보상하는 기준과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는데 범정부적, 국가적 지혜와 힘을 모을 때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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