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히든 챔피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고 있다. 소수 대기업그룹 편중으로 인한 불안정한 경제구조와 미래먹거리가 불투명한데 따른 걱정 때문이다.
핀란드의 노키아 리스크 사례처럼 소수 기업의 경제력집중은 해당 국가경제 운영의 위험을 높인다. 2012년 기준 국내 10대 대기업그룹의 매출규모는 GDP의 84% 수준에 이른다. 반면 이들 10대 그룹의 고용은 전체 고용의 5% 수준이다.
히든 챔피언은 이미 독일경제를 통해 그 중요성이 검증됐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OECD 국가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90년대 중반 이후 유럽의 병자라 불리던 독일경제는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경쟁력을 보이면서 유럽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기저에는 강한 히든 챔피언이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독일을 연구하고, 벤치마킹하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World Class 300’, ‘글로벌전문기업 육성’, ‘히든 챔피언 후보군 육성 1000개 육성’ 등의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목표를 달성할 정책수단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어느 정도의 규모와 경쟁력을 갖춰 자생력이 있는 기업을 지원할 마땅한 대책도 없거니와 그들 소수의 기업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것도 정책지원의 정당성을 갖기가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히든 챔피언 후보군, 즉 강소기업에 대한 정책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히든 챔피언이 되도록 하는 정책 방향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면 강소기업을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어떤 정책을 쓸 것인가? 히든 챔피언 연구의 선구자인 헤르만 지몬에 의하면 히든 챔피언의 두드러진 특성은 ‘기술혁신성’과 ‘글로벌지향성’에 있다.
강소기업의 기술혁신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R&D자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노력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기 분야의 첨단기술에 접해 그 동향을 파악하고 수혈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적 잘 갖춰진 한국의 정부 출연연구소들에 이들 강소기업들이 쉽게 접근해 이용하고, 이들과의 공동연구가 이뤄져 인적·물적 교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히든 챔피언을 위한 직접적인 지원책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잘 갖춰진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기술혁신시스템 덕이 컸기 때문이다.
강소기업의 글로벌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글로벌 벨류체인에 합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첫 단계는 이들이 글로벌 공동연구나 선진 일류 연구소들과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한국의 강소기업들은 대부분 90년대 중후반 IT혁명기에 태동해 비록 업력은 짧지만 그 태생에서 이미 기술혁신성과 글로벌 지향성 등의 DNA를 갖고 있다. 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이다. 그래야 우리경제의 안정성과 미래먹거리가 확보될 수 있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