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안 한국경제…‘퍼스트 펭귄’키워야 ‘히든챔프 1000’ 길 열린다

[중소기업뉴스=이권진 기자] “한국경제호(號)가 안전운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하거나 자기만족으로만 일관해서는 될 것도 안 된다.”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간 한국경제가 활화산처럼 다시 솟아날 것이란 기대감은 급격히 쪼그라든 상태다. 한국 경제수장의 경고처럼 정부는 물론 기업들이 당장 다음 분기의 경기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전략을 짜내기도 벅찬 상황이다.
대외적으론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신흥국발 금융위기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한국호의 안전운항을 방해하는 암초들인 셈이다. 내수시장은 가계부채와 경기위축으로 서민과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형국이다. 해외시장 네트워크가 마련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이러한 내수시장 침체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경제정책의 주된 육성목표를 중소기업에 정조준 했다. 이는 경제위기를 돌파하고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 위한 장기 비전들이다. 그동안 대기업의 글로벌화를 통해 한국경제호의 외연을 넓혔다면, 이제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로 내실을 더욱 튼튼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실 한국경제는 1970년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완벽한 제조업 국가를 실현했다. 1990년부터 금융업과 서비스업 분야의 강국을 꿈꿨다. 그러나 한계를 보였다. 금융업은 가계부채로 이어지고 서비스업은 내수시장에서만 맴돌았다.
사면초가에 빠진 한국경제호의 운명은 이제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에서 얼마나 활약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아울러 대기업과의 끈끈한 공생 관계를 통해 해외 동반진출 러시도 본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중소 제조업의 경쟁력을 키워나가 다시 한국경제호의 엔진에 불을 당긴다는 의지다. 올해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려는 ‘한국형 히든 챔피언 육성’ 전략의 배경이다. 

맞춤형 지원으로 강소기업 1000개 양성하라
중소기업청은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해 2017년까지 히든 챔피언 후보군 1000개사를 육성키로 했다. 한국형 히든 챔피언은 매출 7조 미만 중소·중견기업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이내 기업을 통칭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히든 챔피언의 숫자는 23개사. 독일 1307개사, 미국 366개사, 일본 220개사, 중국 68개사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중기청은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오는 7월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업해 마련하고 수출초보→수출유망→글로벌 강소기업→월드클래스300→히든챔피언으로 이어지는 성장단계에 따라 맞춤형 지원키로 했다. 일단 큰 그림은 충실하게 그리고 있는 셈이다.
히든 챔피언의 후보군 리스트도 뽑아 놨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431개사가 잠재적 강소기업의 얼굴들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단계별로 수출준비·마케팅·금융·R&D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키로 했다. 올해 지원되는 예산은 38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지식재산 기반의 글로벌 히든 챔피언 육성을 위한 ‘월드클래스 IP 센터’도 개소했다. 중기청과 특허청은 글로벌 경쟁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전문기구를 만들어 중소기업에게 기술혁신형 IP 통합솔루션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대기업의 성장 기류에 편승하라
프레스 전문기업인 파버나인은 85형 이상 UHD TV 프레임 양산에 성공하면서 매출이 2011년 316억원에서 지난해에 1200억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충전기 생산 업체인 동양이엔피는 고성능 충전기 등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1630억원의 신규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반도체 CMP(웨이퍼표면 평탄화) 장비 업체인 케이씨텍은 지난해 CMP 설비를 통해 신규 매출 230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설비제조 기간을 12주에서 8주로 단축하는 기술혁신을 달성했다. 이들 중소기업들에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가 선정한 강소기업들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강소기업으로 선정된 협력사 10곳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협력사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부터 강소기업 후보를 발굴해 자금을 비롯해 기술, 인력 등 맞춤형 지원을 펼쳐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이러한 강소기업 육성과 관련해 “협력회사는 우리의 소중한 동반자”라며 “모든 협력 중소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발표한 ‘주요 대기업의 강소기업 육성현황과 추진성과’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대기업이 강소기업으로 육성 중인 295개 협력사의 최근 5년간의 연평균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10.3%, 10.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산업체의 8.6%와 3.4% 대비 각각 1.7%포인트, 6.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대기업의 성장 기류에 편승하면 이렇듯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방증이다.

매물로 나온 히든 챔피언을 삼켜라
자금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M&A도 글로벌화 전략에 유용한 카드가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침체된 유럽 경기 속에서 속속 알짜기업들이 M&A 매물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들 히든 챔피언들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추세다. 인수합병에 성공한 기업들의 인수전략 수립과 빠른 결단력은 분명 우리 중소기업들이 참고할만한 내용이다.  
이휘령 세아제강 사장은 최근 이탈리아 특수강관 업체인 ‘이녹스텍’의 최종 인수 절차를 마치면서 이렇게 전했다. “해외 M&A를 위해 2년간 준비했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기 위해서는 M&A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선제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진출을 가속화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녹스텍은 에너지 플랜트에 사용되는 대구경 특수강관을 생산하는 글로벌 선두 업체다. 세아제강은 이녹스텍의 지분 100%를 978억원에 인수했다. 세아제강은 내수시장의 한계 극복과 시장의 다변화라는 과제를 풀기위해 해외 M&A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일부 대기업들이 시장을 이끌어나가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는 지역별로 강소 중견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고, 실제 이러한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유럽의 인바운드 M&A(해외 유럽기업을 인수) 시장의 규모는 약 3900억달러로 전년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한국기업들에게 유럽기업 M&A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나 세아제강의 사례에서 보듯 확실한 전략과 방향성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우리 기업들의 유럽시장 진출의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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