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앤파트너스 회장(오른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유필화 성균관대 교수가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나영운 기자)

 獨 히든챔피언·日 장수기업 넘는 한국형 ‘스몰자이언츠’ 쏟아져야
[중소기업뉴스=이권진 기자] 중소기업중앙회가 박근혜 대통령 독일 순방 일정에 맞춰 현지에서 진행한 ‘한독 히든 챔피언 콘퍼런스’는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의 중요성과 독일의 히든 챔피언 성장 전략을 배우는 값진 자리였다. 히든 챔피언의 핵심 역량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내수시장 한계와 자금난 등 경영위기에 빠진 우리 중소기업들이 반드시 체득해야 할 필수적인 생존 노하우이기도 하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안으론 ‘규제개혁’을, 밖으론 ‘글로벌화’를 국가비전의 듀얼 엔진으로 가동 시키는 상황에서 중기중앙회의 이번 콘퍼런스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 기치를 드높이는 데에 일조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 학장의 진행으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과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앤파트너스 회장이 별도로 특별 대담을 갖는 시간이 마련됐다. 한국 중소기업의 권익 증진과 정책 개선에 이바지해 온 김기문 회장과 독일의 히든 챔피언 개념과 이론을 정립한 세계적인 경영석학인 지몬 회장의 이번 만남은 히든 챔피언 강국 독일의 비결과 한국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서로 고견을 나누는 특별한 시간들로 채워졌다.

유필화 교수(이하 유): 오늘 콘퍼런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헤르만 지몬 회장(이하 지몬): 오늘 콘퍼런스는 한국기업이 독일 중소기업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대기업 중심인 한국은 진심으로 독일의 성공에 감탄하고 있고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산업구조는 다르지만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겠다는 목표는 비슷하기 때문에 양국 기업인이 서로에 대해 배우는 것은 이득이 될 것이다.
김기문 회장(이하 김): 박근혜 대통령의 한독 정상외교를 계기로 개최한 이번 콘퍼런스는 양국 중소기업의 성공전략 공유를 통해 글로벌 강소기업을 지향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국 중소기업간 글로벌 네트워크가 구축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유: 유독 독일에서 다수의 히든 챔피언이 배출된 비결은.
지몬: 크게 역사적인 이유와 현대적인 이유로 나눌 수 있다. 독일은 100년 전부터 23개의 왕국과 3개의 공화국으로 이뤄진 연합체였는데 기업은 생존을 위해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글로벌을 꿈꾸는 DNA로 자리 잡았다. 현대적인 이유로는 인재가 중소기업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독일은 사회적으로 직업훈련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지원함으로써 우수 인재의 중소기업 유인을 돕는다. 대학 진학과 대기업 취직만이 능사라고 여기는 한국과 다르다.
김: 독일에서 히든 챔피언이 많이 나온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국의 사정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독일 히든 챔피언과 일본의 장수기업의 장점을 살린 한국형 히든 챔피언인 ‘스몰 자이언츠’를 만들어가야 한다.

유: 모든 중소기업이 히든 챔피언을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지몬: 히든 챔피언의 요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세계시장에서 3위 안에 들고 대륙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독일에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훌륭한 기업이 많다. 어떤 기업은 특성상 지역적일 수밖에 없고 글로벌시장에서 선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기업가도 있다. 개인적으로 히든 챔피언이 되는 것보다 글로벌 1위를 꿈꾸는 야망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 나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내수위주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시장으로 과감하게 진출하는 등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강소기업이 세계1위가 되겠다는 비전과 열정을 가지고 글로벌화에 힘쓴다면, 한국에서도 히든 챔피언이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유: 히든 챔피언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몬: 히든 챔피언은 대체로 아웃소싱을 꺼리고 국내생산을 고집한다. 품질을 위해서다. 하지만 아무리 히든 챔피언이라고 해도 때로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과거 독일에 푸츠마이스터라는 콘크리트 펌프 제조업체가 있었다. 전형적인 히든 챔피언 중 하나였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건설경기가 호황을 맞으며 수요가 폭증했는데 푸츠마이스터는 국내생산 원칙을 고수하다가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2012년 중국 경쟁사 싼이에 인수돼버렸다.
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도 독일의 히든 챔피언처럼 철저히 전문화하고 세계화하는 길만이 지속적인 생존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세계가 인정하는 브랜드와 기술로 승부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공의 비결이 될 것이다.

유: 최근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시장독식을 반대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지몬: 국가 경제가 대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큰 문제다. 핀란드와 노키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경제민주화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아니다. ‘경제 비집중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다고 본다. 한국 경제는 분명 집중화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이런 구조는 단시간에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적합할 수도 있지만 날로 복잡해지는 요즘 글로벌 환경에서는 최선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김: 나는 경제3불(시장의 불균형, 제도의 불합리, 거래의 불공정) 해소를 통한 경제민주화가 중소기업이 살길이고 발전하는 길이라고 강조해왔다. 지몬 교수도 표현을 다르지만 뜻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과 상생하는 동반성장을 하자는 것이 우리의 경제민주화의 진실이다. 대기업과의 공존 공영이 우리의 근본적인 뜻이다.

유: 중소기업 관점에서 한국이 통일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지몬: 독일 통일 후 안정화되는 과정에서 예전 동독 국유기업 대부분이 서방 대기업에 인수됐는데 이들을 히든 챔피언으로 잘 키웠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독일 내 1307개 히든 챔피언 중 3%인 45개사만이 과거 동독 지역에 있다. 한국은 통일 계획의 주요 목표에 북한기업 육성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서 보듯 기업가 정신은 변혁의 시대에 꽃 핀다.
김: 통일의 싹을 키우는 데 중소기업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2004년 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에는 한국기업 123개사가 입주해 운영 중에 있으며, 남북간 평화와 협력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일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개성공단을 방문하고 투자까지 이뤄진다면 개성공단의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북한지역에도 시장경제교육이 이뤄지고, 소기업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육성 등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유: 히든 챔피언의 비결로 가족기업을 꼽는 사람이 많다.
지몬: 가업승계 문제는 독일 히든 챔피언들에게도 가장 큰 문제다. 복잡한 조직구조를 갖고 있는 기업을 경영할 사람을 가족 중에서만 찾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가족기업은 비가족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세금 문제보다 이 부분이 더 중요하다. 최근 한국에서 가업상속에 대한 상속세 공제한도가 늘었다고 들었다. 독일은 상속 후 1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하면 상속세를 전액 면제한다. 상속세에는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김: 한국정부가 지난해 가업상속한도를 500억원까지 확대하는 노력을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독일처럼 가업승계를 하려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는 사후상속에만 적용되는 것을 사전상속을 통해 가업승계를 미리 할 수 있도록 제도보안이 이루어져야한다. 가업승계에서 가족경영만을 고집하는 것보다 전문 경영인을 통한 경영도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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