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휴대폰 ‘먹통’ 어설픈 대응…'잘 생겼다’ 광고 무색

 

누구는 보상금이 1828원이었다. 누구는 674원인 모양이었다. 누구는 1909원이었다. 누구는 3369원이나 보상받는 모양이었다. SK텔레콤은 지달달 25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이 서비스 장애에 대한 요금 감액과 보상 금액을 조회할 수 있게 배려했다.
SK텔레콤은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루치 기본료를 감액해줬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피해 고객에겐 추가 배상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 액수가 이렇게 나왔다.
지난달 20일 저녁 6시 30분 무렵이었다. 전국적으로 500만명의 SK텔레콤 가입자들은 퇴근 무렵에 휴대폰이 먹통이 되는 불편을 겪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들은 없는 번호라든가 연결될 수 없다는 식의 안내 방송을 들어야 했다. 덕분에 갖가지 일상의 불편이 이어졌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필요하든 중요하든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가 없어서 겪어야 했던 불편들이었다. SK텔레콤 통신망이 복구된 건 21일 자정 무렵이었다. 6시간 동안 불편은 계속됐다.
그러니까, SK텔레콤 입장에선 이런 것들이 대충 674원 어치거나 1828원 어치거나 1909원 어치 불편함이었단 얘기다. 약속이 어긋나고 받을 전화를 못 받고 걸 전화를 못 건 불편을 돈으로 환산하면 몇 천원이 조금 안 된단 뜻이다. 적정한 배상액인지는 논란거리일 수밖에 없다. 천원짜리 몇 장을 던져주고 6시간 동안 이런 저런 불편을 감수하겠냐고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고작 몇 천원에 길바닥을 헤매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이런 불편은 택배나 대리운전이나 택시 기사들이 입은 불이익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 SK텔레콤 휴대전화를 쓰는 대리운전기사는 아예 그날 하루를 공쳤다. 통신 장애가 대리수요가 가장 많은 자정 무렵까지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반 가입자들 역시 꽤 불편했다. 어쩌면 500만명 가운데엔 생애 가장 중요한 전화를 놓친 경우도 있었을지 모른다.
원래가 불편은 돈으로 환산하기가 까다롭다. 불편은 제품 가치가 아니라 서비스 가치이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가치가 점점 더 값비싸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식당에서 웨이터가 손님 셔츠에 와인을 엎지른다. 예전엔 식당 측에서 손님한테 세탁비만 지불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은 식사권쯤은 제공해준다. 셔츠가 더럽혀진 게 손님한테 끼친 손해의 본질이 아니란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손님의 데이트나 프로포즈를 망쳤을 수도 있다. 손님의 기분을 망쳤을 수도 있다. 식당이 파는 건 음식만이 아니다. 식음료 서비스를 판다. 또 그런 서비스를 팔기 때문에 실제 음식 원가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3월 20일 저녁 SK텔레콤 통신망에서 6시간 동안 일어났던 불편의 본질도 통신 장애가 아니라 서비스 장애였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21일 SK텔레콤은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약관과는 상관 없이 10배 보상을 해주기로 했다. 약관에 따르면 6배 보상이 원칙이다. 이때만 해도 SK텔레콤이 사태의 무게를 인식하고 능동적인 대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은 동네 식당보다도 못했다. 정작 3월 25일 개별 고객들에 대한 SK텔레콤의 보상액이 밝혀지자 분위기가 얼어붙고 말았다. 통신업은 전화사업이 아니다. 통신 서비스업이다. 통신 서비스의 본질은 통신을 통해 일상 생활과 비즈니스에서 수많은 혜택을 제공해주는 데 있다. 대신 고객은 통신사에 서비스 이용료라는 이름으로 실제 전파 원가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 SK텔레콤이 오랜 동안 자신을 프리미엄 통신 서비스 업자로 포장해온 이유다. 최근의 ‘잘생겼다’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품질을 줄곧 강조하면서 높은 통신 서비스료를 받아왔다. 
그렇게 SK텔레콤은 통신료를 책정할 때는 서비스 비용까지 고려해왔다. 정작 불통 사태가 일어나자 딱 통신전파 비용만 고려해서 배상액을 책정했다. 서비스 단절로 고객들이 겪었던 어떤 불편을 배상해줘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열배라는 말로 본질을 왜곡했을 뿐이었다.
2007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겨울이었다. 유통체인 홀푸드의 미국 코네티컷 매장에서 계산대 작동 오류가 발생했다. 모든 계산대가 멈춰버렸다.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선 상태였다. 홀푸드의 매장 매니저는 고객들이 계산대를 그냥 지나가게 해줬다. 공짜로 물건을 가져갈 수 있게 했단 말이다.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져서 큰 화제가 됐다. 홀푸드의 매니저는 홀푸드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쇼핑이라는 서비스를 파는 곳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계산대 오류라는 불편은 물건값 정도는 안 받아도 될 만큼 큰 일이었다. 홀푸드는 지금도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유통매장이다. 이런 게 진짜 서비스 기업의 자세다. 이런 게 진짜 열배 보상이다. 이런 게 진짜 열배 장사다. 잘 생긴 SK텔레콤은 가짜 열배 놀이를 했을 뿐이다.

-글 : 신기주(경영전문칼럼니스트 / 「사라진 실패」 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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