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서울 송파구 세 모녀 동반 자살’,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미혼여성 자살 사건….
최근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자살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매우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9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자살률은 10만명당 28.1명으로 20년간 3배나 늘었다. 하루 평균 39명, 37분에 한 명씩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대인관계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 커
자살 시도자의 자살률이 일반인보다 25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살 시도자 10명 가운데 8명은 우울증과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문제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7개 대형병원 응급실에 이송된 자살 시도자 1359명에 대한 심층면담과 최근 4년간 자살 시도자 8848명에 대한 자료를 분석, ‘2013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7∼2011년까지 전국 16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자살 시도자 8848명 중 다시 자살을 시도해 사망한 사람은 236명으로, 연간 10만 명당 700명이라는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 이는 일반인의 자살사망률인 10만 명당 28.1명에 비해 25배가량 높은 것으로, 자살 시도자의 자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자살 시도 이유로는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이 37.9%,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31.2%로 정신적 문제가 70%를 육박했다. 이어 경제적 문제 10.1%, 신체질병 5.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살 시도자들이 보이는 징후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20대 이하는 SNS에 ‘나 없이도 잘 지내’ ‘이젠 안녕’ 등 자살 관련 문구나 사진 올리기 △30∼40대는 잦은 음주와 주변 사람과의 관계 단절 △50∼60대는 자식들에게 ‘어머니·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당부의 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73% “자살 절대로 정당화 안돼”
자살 시도자는 연령이 높을수록 신체질환을 갖고 있는 비율이 증가했으며, 50대를 기점으로 급증해 70세 이상은 73.2%가 신체질환을 동반했다. 주목할 점은 자살 시도자 44%가 음주상태에서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 남성 50%, 여성 40%가 술을 마신 후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돼 자살 시도와 음주의 높은 관련성이 드러났다.
또 자살자의 사망 직전년도 의료 행태를 조사한 결과 남성은 정신과적 질환, 여성은 정신과적 질환과 소화기 질환의 의료 이용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의 자살 전 약물 이용이 늘어난 가운데 수면제(109%)와 항정신병 약물(75%) 사용이 두드러졌다.
한편 복지부가 전국 19세 이상 75세 이하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살 인식조사 결과에서는 ‘자살은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견에 73.9%가 동의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살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살만이 유일한 합리적 해결책인 상황이 있다(16.9%)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을 권리가 있다(18.3%)라는  의견도 20%를 육박했다. 또 ‘누군가 자살을 원한다면 그 사람의 일이므로 우리가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11.9%만이 동의, 일본 국민(32.4%)보다 20%포인트가량 낮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자살의 원인을 밝히고 자살 사망자는 물론 시도자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살수단의 접근성 차단, 국민 정신건강 증진 등의 내용이 포함된 중장기적이고 범부처 차원의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올해 안에 수립하겠다”며 “우선 자살자 200명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고, 자살 시도자나 유가족 등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속담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이 있다. 삶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어도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