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자동차업체는 저비용 생산의 이점 때문에 태국에 생산거점을 집중할 결과 2011년 태국 홍수가 발생했을 때 완성차 전량을 폐기시킬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업체는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해 부품을 표준화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대체부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의 한 항공기 제조업체는 신형항공기 제작시 아웃소싱 비중을 기존보다 2배 가량 증가시켜 품질관리 문제가 발생했다. 중간재 조립까지 아웃소싱하는 다층구조로 인해 가시성이 저하돼 출시가 3년 이상 지연된 것이다.
유럽의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핵심 칩을 공급하는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규모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휴대폰 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할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이 기업은 부품공급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사고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공급업체와 우호적 관계 구축에도 소홀히 해 피해가 더욱 커졌다.
앞서 예를 든 3개의 업체는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에 실패한 내용이다. 최근 들어 대내외적인 대형 악재들이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공급망 위기는 지역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해당 기업의 글로벌 생산에 차질을 빚어 기업경영에 큰 타격을 미칠 뿐 아니라 최종제품 및 전 세계 연관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선영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박강아 선임연구원, 배영일·황래국 수석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실패에서 배우는 글로벌 SCM 위기대응 전략’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피할 수 있는 5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유통망 전문가들의 대응책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위기에 강한 유연한 조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부품 표준화와 고용화로 조달 유연성과 비용절감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험을 고려한 안전재고 수준으로 재고관리 기준을 재설정하고, 공급업체 선정시 업체의 ‘생산유연성’을 핵심기준으로 하며 선정한 후에도 지속적으로 위기대응력을 높이도록 관리한다.
두 번째로 생산거점 분산으로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다. 급작스런 조달중단 사태에 대비해 부품의 생산거점을 분산한다. 신흥시장으로 생산거점을 분산하고 현지 완결 조달체계를 구축할 경우 공급망 분산, 원가 경쟁력 제고, 신시장 진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가 발생한다.
세 번째로 공급망 전반의 철저한 가시화다. 전사적인 관점에서 공급망을 한눈에 파악하고 문제 발생시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1차 공급업체와 협력해 2, 3차 이하 업체의 공급망 정보를 가시화해 업체간 의존도 등 전체 공급망 구조를 파악한다.
네 번째로 정량화된 인덱스로 실시간 감지시스템을 구축한다. 발생 가능성과 파급력이 큰 리스크를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정량화된 리스크 인덱스를 개발하고, 외부기관의 데이터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리스크를 감지하고 조기에 대응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끝으로 사업연속성계획(BCP)으로 사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을 가정해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연속성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대비 훈련을 실시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5대 전략을 꼼꼼하게 체득해 중소기업도 글로벌 공급망의 민첩성을 높이고 변동성이 큰 시장수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 글 : 삼성경제연구소 CEO 인포메이션 890호(실패에서 배우는 글로벌 SCM 위기대응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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