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권력…저 너머엔 ‘예술’
“2007년 4월 6일, 나는 피를 흥건히 흘린 채 홈오피스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책상에서 일어서려다 책상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고 눈가가 찢어졌으며, 광대뼈가 부러졌다.”
최근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제3의 성공(원제:Thrive, 김영사 刊)>은 이렇게 시작한다. 쓰러진 사람은 이 책의 저자인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이었다. 그녀가 2005년 창간한 <허핑턴포스트>는 다양한 칼럼니스트가 집필하는 온라인 신문으로 방문자수에서 전통 미디어인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등을 넘어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타임>은 2006년 그녀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녀가 왜 쓰러진 것일까? MRI와 CT촬영, 심장 초음파 검사까지 받은 결과 과로와 수면부족에 의한 실신이었다.
그녀는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18시간을 일하며, 사업을 확대하고 보도 범위를 넓히며 투자자들을 끌어오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 대가로 그녀의 삶은 엉망진창이 됐다. 성공을 판단하는 전통적인 기준, 즉 돈과 권력에서 보면 그녀는 분명히 성공한 사람이었다. 실신한 사건 이후, 허핑턴은 스스로에게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삶이 정말 성공이란 것일까? 내가 원하는 삶이 정말 이런 것일까?
그녀는 자신은 성공한 삶을 살고 있던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동안 사람들은 얼마나 높이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느냐에만 관심을 쏟았다. 돈과 권력은 다리가 둘뿐인 의자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 의자에 앉으면 결국 넘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에서, 눈부시게 성공한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쓰러지고 넘어지고 있다. 허핑턴은 말한다.
“진정으로 성공한 삶의 살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다리, 세 번째 다리가 필요하다.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의 길과 우선순위를 재정의 하자. 지금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각성의 분위기를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도 바뀌고 있다.”
허핑턴은 돈과 권력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넘어 성공을 평가하는 제3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기준은 ‘웰빙’과 ‘지혜’, ‘경이로움’과 ‘베품’이라는 네 개의 기둥으로 이뤄진다.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몸과 마음과 영혼을 돌보는 인간의 웰빙을 중심에 두고 최적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스에서 태어난 허핑턴은 아테네에서 자란 덕분에 고전 강의에서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배웠다. 그녀는 어린 시절을 반추하면서 성공이 궁극적으로는 ‘바람직한 삶’을 뜻한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제3의 성공>은 성공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할 시간을 앗아가고 있다. 예컨대 우리는 여행지에 가서도 어떤 것을 경험하기도 전에 사진부터 찍으려든다. 대상과 진지하게 마주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사진 찍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고 만다. 저자는 영혼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실의 실상을 깨우치게 하고 ‘영혼을 위한 약제사’를 소개하는데 가장 좋은 치료제가 예술이라고 강조한다.

- 글 : 이채윤 / 삽화 : 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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