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 공청회 "열악한 중소기업 환경 이해와 배려 부족" 지적

▲ 지난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의 통상임금 관련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참석한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맨 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오명주 기자)

[중소기업뉴스=이권진 기자]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으로 단축, 휴일근로 증복할증, 통상임금 산정범위 확대 등 노사관련 핵심 이슈들이 지난 9, 10일 이틀간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원회 주재로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집중 논의됐지만, 정작 중소기업의 열악한 경영 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배려가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소기업계는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과 통상임금 확대와 관련해 여야의 법률 개정 방향이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에서 여당이 제시한 제한적 ‘특별근로시간’ 제도와 야당이 제시한 중복할증임금을 전제로 가능한 ‘면벌제도’ 역시 중소기업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단적인 사례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이번 공청회에서 업계가 외면받았다는 지적을 한다.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회에서 논의한 이번 근로시간 단축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관련해 “업종별 업무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별도의 준비기간 없이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현재 납기일 준수를 가장 큰 경쟁력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금형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를 비롯해 조선 등 업종별 협회 관계자들도 이번 공청회에서 중소기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입법안이 주로 논의될 것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리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우리나라를 떠나는 기업들이 속출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국회가 세심하게 검토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다.

“중소기업 돈보다 시간이 문제”
지난 9일 열린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공청회에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강동한 중기중앙회 노동인력분과위원장에게 “법개정을 하는 게 중소기업에 여유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이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고 질문했다.
이에 강동한 위원장은 “법을 만드는 것이 과연 옳은지 모르겠다”고 주장하며 “대법원 판례가 나면 따라가야 하니까 선제 조치라고 해석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잘하고 있는데 정부가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닌가 싶다”고 강하게 항변했다.
이종훈 의원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산입되면 휴일·연장근로에 대한 가산 임금이 150~200%까지 올라가는 것과 관련해 중소기업 입장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이에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임금인상도 해야 하고 장비도 증설해야 한다”라며 “다만 중소기업에서는 사실 돈보다 시간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근로시간 단축 대안 2가지 제시돼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 지원단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안은 52시간에 특별 연장근로 8시간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휴일근로를 포함해 주당 68시간까지 인정해 온 근로시간을 급격히 단축할 경우 기업 경영활동을 비롯해 근로자의 소득에도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재계의 입장을 반영한 제안이었다.
업무량이 많을 때 더 일하고, 없을 때는 덜 일하면서 기업의 연장근로수당 지급의무를 면제해주는 ‘탄력근로시간 제도’도 현행 2주 및 3개월 단위기간을 1개월 및 6개월로 각각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에 대해 강동한 위원장은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우리나라 제조업체 하위 5%는 경쟁력을 잃고 사라지게 돼 연장근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호성 상무는 “노사합의로 일주일에 추가 8시간, 최소 총 60시간의 근로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진술했다.
2안은 근무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정하고 이를 위반한 사업장에 면벌조항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면벌조항은 그간 고용부 지침을 따라 52시간 이상 근무를 하게 했던 사업장이 개정안 시행과 동시에 위법 상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며 면벌 조항은 오는 2017년 말까지 한시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지원단의 초안을 바탕으로 여야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치열한 협상을 걸쳐 1가지 방안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정기상여금 포함될 때 3조4천 추가 부담
지난 10일 열린 통상임금에 대한 공청회에서는 노사정 소위 지원단이 현재 국회에 제출된 통상임금 관련 법안을 비교·분석해 노사의 자치적 해결을 유도하는 제도를 둬야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지원단 대표로 나선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 논란의 핵심인 ‘고정성’은 재직요건을 둘러싸고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판례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입법적 결단을 통해 풀거나, 판례 법리의 발전을 기다려 보는 게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상임금 범위를 법에 따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보다는 노사자치적 해결을 유도하는 제도를 두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통상임금 입법화가 현 상황에서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이동응 경총 전무는 “통상임금이 급증하면 기업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고용 감소까지도 우려된다”면서 “통상임금의 본연 목적을 생각하면 1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만을 범위에 포함시키는 게 가장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재광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중소기업계 대표로 참석해 “통상임금 문제는 그동안 정부의 임금정책, 사용자 임금유연화 전략, 노조의 전략적인 동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는 전문가 지원단의 지적에 공감한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통상임금의 정의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정하는 것은, 노사자율과 기업의 부담능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개선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새누리당 주영선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중소기업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 포함하면 매년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최소 3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는데 중소기업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는가”고 질의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대책이 없고 상여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노조에서도 아직 정확히 이야기 하지 못해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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