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선(회사원·여)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작은 가방을 챙겨 급하게 어디론가 간다. 입사 2년차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1년이 넘었다. 그가 향한 곳은 바로 회사 근처 스포츠센터. 조씨는 이곳에서 한 시간 동안 필라테스를 한다.
“회사 업무가 대부분 컴퓨터로 이뤄지다 보니 거북목증후군, 손목터널증후군, 어깨결림 등으로 힘들어하는 선후배, 동료들이 많다. 저 역시 의료기기를 써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큰맘 먹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젠 습관이 돼 하루하루 가볍게 생활하고 있다”며 “특히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오후 근무가 활기차다”고 환하게 웃었다.
 
직장인들의 점심문화가 바뀌고 있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룹은 일부. 점심시간을 활용해 운동, 자기계발, 피부관리 등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점심시간은 직장생활의 꽃. 회사 동료 간의 정을 키우고 오전 근무 중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은 짧기만 하다. 꿀같이 달콤한 시간을 더욱 값지게 쓰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뜨는 워런치족…운도녀, 운도남 다 모여
점심시간 서울시내 곳곳에선 ‘운동화 신는 도시남녀’란 의미의 ‘운도남’, ‘운도녀’가 눈에 띈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도심 주변 여의도 공원, 청계천, 남산 산책로에는 정장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걷는 직장인들의 활기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을 지칭하는 ‘워런치 족’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다. 워런치 족이란 워킹(walking)과 점심(lunch)을 합성한 말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걷기 운동을 즐기는 직장인을 뜻한다. 몇몇 기업에선 사원들 대상으로 점심시간을 이용한 걷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최재혁씨는 “동료들과 햇살 아래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며 “사내 워런치 족 모임이 결성된 이후  운동화를 회사에 가져다 놓고 매일 걷는다”고 말한다.

◇문화, 외국어강좌파 “눈에 띄네”
칼퇴근이 어려운 우리나라 직장인에게 자기계발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을 포기할 순 없다. 승진 조건으로 공인 외국어 점수, 자격증 등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 승진 목적이 아니더라도 뭔가 해냈다는 자기성취감을 위해 최근 점심시간을 이용해 열공(열심히 공부)하는 직장인들이 늘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파악한 어학원들이 12시부터 1시까지 진행되는 점심시간 클래스를 내놓으면서 식당 대신 학원으로 향하는 직장인이 크게 증가했다. 영어회화, 토익은 기본. 중국어·일본어 강좌에 요가, 골프 등 체력관리를 위한 강좌들도 눈에 띈다.
학원까지 갈 여력이 없는 직장인들은 점심시간 온라인 강좌를 통해 평소 배우고 싶던 분야를 접하고 있다. 온라인 강좌는 이동 시간이 필요치 않아 점심식사와 공부 둘 다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 한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다.
종로에서 근무하는 김태헌씨는 “외국 지사로 나갈 기회가 많았는데, 항상 부족한 어학 실력 때문에 동기한테 빼앗겼다. 독한 마음을 먹고 어학원에 다닌 지 6개월 정도 됐다”며 “희망을 품고 공부하다 보면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워도 배고프지 않다”고 말한다.

◇은밀한 즐거움…피부·몸매관리파
외모가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직장인들도 외모 가꾸기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마사지숍, 에스테틱숍을 찾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숍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점심시간에 필러나 보톡스 등 간단한 시술을 받은 이들도 크게 늘었다. 마늘 주사, 비타민 주사를 통한 피부관리뿐 아니라 필러나 보톡스 같은 쁘띠 성형이 인기다. 이들은 퇴근 후 피부관리는 피곤함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점심시간이야말로 피부를 위한 최적의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파를 찾는 이들도 같은 이유를 댔다. 멋과 미모를 추구하는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자기관리를 위한 최상의 시간인 셈.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최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쁘띠성형을 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었다. 생일 등에 맞춰 시술권을 선물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직장인들을 위해 점심시간대 진료시간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글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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