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채용비용을 줄이고 스펙이 아닌 실력을 키운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로 삼성고시라 불리던 직무적성검사(SSAT) 대신 서류전형과 총장추천의 비중을 높이고자 했던 삼성의 새로운 채용혁신 실험이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없던 일이 됐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삼성의 새로운 채용시도와 철회가 바람직했는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그런 해프닝에서 새삼 확인된 것은 어떤 방식을 택하든 삼성의 채용방식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삼성이 제대로 된 채용방식을 도입하면 제대로 된 기업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드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된 기업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제대로 된 채용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기업에게 제대로 된 인재의 특성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열정, 인성, 전문지식, 창의성, 리더십 등의 대답이 돌아온다. 백번 지당한 대답이지만 문제는 이런 특성을 제대로 식별하기가 어려워 차선책으로 소위 스펙을 따지고 직무적성검사를 보고 총장추천제등을 도입해보려고 했던 것이다.

‘스펙’중시 채용의 한계
그런데 이런 제대로 된 인재의 특성을 가진 사람을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제대로 된 창업을 위해 분투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는것이다. 창업은 인생의 모든 것을 거는 것인 만큼 열정이 필수요건이다. 또 창업은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직원도 있어야 하고 고객도 있어야 한다. 인성이 안 돼 있으면 제대로 된 창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아울러 무한경쟁시장에서 창업해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차별화를 고민해야 한다. 또 인사, 재무, 영업 등 기업현장의 경영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창업하는 사람이 책상지식이 아닌 고도의 현장지식을 갖추고 창의적으로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창업하는 사람은 또한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선장으로 리더십이 없으면 시장의 거친 풍랑과 암초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 요컨대 창업에 전심전력을 기울인 사람이라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대로 된 인재의 특성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창업형 인재를 우대하라
그러나 이런 특성을 갖추고 있어도 현실에서의 창업은 만만하지 않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외부요인이나 아직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능력으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리고 실패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실패자의 낙인이 찍히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바닥까지 추락해 패자부활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데도 실패하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삼성이 1순위로 채용해야 할 사람이 아닐까? 현재 200만이 넘는 실질실업자들에게 취업기회를 마련해주고, 역시 200만이 넘는다고 하는 과잉의 생계형 자영업자를 성장형 기업가로 변신시키는 방법은 제대로 된 창업가를 키우는 길 밖에 없다.
그런 창업가를 누가 키울 것인가? 창업에 열정도 노하우도 부족한 교육기관에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결국 기업이 그 역할을 담당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기업이 스펙형 인간이 아니라 창업형 인간을 채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창업형 인간은 당장의 보상이 아닌 미래의 보상을 기대하면서 주인정신을 갖고 업무를 통해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소속기업의 경쟁력도 높이면서 창업의 기회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삼성이 이런 창업형 인간을 최고의 인재로 대우하는 채용혁신의 선봉에 선다면 다른 기업이 바뀌고 그 결과 교육기관이 바뀌고 청년들이 바뀌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