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세월호 침몰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야말로 황당하고 참담한 참사였다. 사고발생 후 선장과 선원들의 행태는 천인공노라는 말도 모자란다. 국민 모두 누구에게 분풀이라도 하고 싶은 분노를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세월호와 함께 인천-제주 항로를 번갈아 운항한 오하마나호도 세월호처럼 무리한 선체 개조, 과적, 평형수 빼기 등 위험 요소를 똑같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와 오하마나호의 구명보트는 펴지지 않는 장식품이었다.
그런데도 지난해 11월 실시한 구명보트 일제점검에도 적발되지 않은 건 끼기끼리 봐주기의 결과였다. 언젠가 터지게 돼있던 시한폭탄이 세월호에서 먼저 터진 것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도 세월호와 닮은꼴이었다. 신호 오류를 알고도 설마하며 ‘통상적’으로 무시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점검과 수리, 안전수칙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게 없다.
세월호와 지하철만 문제인가. 연안 여객선들은 안전한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과적트럭, 시내를 질주하는 택시와 버스, 목숨 건 오토바이 질주를 보라. 건축물의 비상구는 어떤 상태이며 소화전은 제대로 작동하는가.

‘안전무시’에 반복되는 대형사고
대형 참사 때마다 재발방지를 다짐하며 책임도 묻고 사람도 갈아치웠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안전사고는 계속 발생했다. 법과 질서 경시현상, 규정과 원칙을 무시하는 적당주의, 공직사회의 비리, 정부의 무능력, 안전도 못 지키며 국가임무를 복지로 착각하며 경쟁한 정치 때문이다.
안전에는 관심도 없고 생명을 경시하면서 사고가 터지면 모두 남 탓하고 흥분한다. 언론매체는 부채질까지 한다. 민간잠수사를 사칭하며 유언비어를 퍼뜨린 자와 다이빙벨의 투입을 해경이 막고 있다고 허튼 수작을 부린 자도 일부 방송 뉴스 프로그램이 출연시켜 결과적으로 사태수습을 지연시키고 실종자 가족을 우롱했다. 
선장과 선원들의 행태 뿐 아니라 사실상의 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탐욕’도 도마 위에 올라있다. 선장이 승객과 배를 버리고 먼저 도망가는 것과 기업주가 비리를 저지르고 기업 돈을 빼돌리는 것은 다를 바 없는 짓거리다.

사회 부조리·공직사회 비리 도려내야
세월호 침몰로 회복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되던 경기는 움츠러들었다.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다. 중소 상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사태수습에 소홀해서는 안 되지만 그런 한편 경제활동에 관심을 돌려야한다. 참상을 딛고 일어서야한다. 공직사회의 기강을 바로 잡고 전 국민이 질서와 원칙을 지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고현장의 지휘체계와 현장대응, 사태수습과정에서 정부의 무능함이 드러났다. 이런 점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리며 세월호 참사를 정치쟁점화 하려는 건 옳지 않다.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대통령 선거를 얼마나 자주 해야 할까. 정부의 책임이 가볍다는 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까지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걸 말하고자 함이다.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공직사회의 비리부터 도려내는 일이다. 직업윤리·기업윤리를 강조하고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뻔한 이야기라고 하지 말라. 기본은 원래 뻔한 이야기다. 국민과 정치인, 관료와 기업인이 거듭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호는 침몰한다. 시대상황에 걸맞게 제도의 개선과 함께 국민의식이 변화되지 않으면 경제성장은 지속되지 않는다.
지금은 국민의 분노를 경제발전 사회발전의 에너지로 바꿔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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