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하기 쉬운 문제는 없다. 그렇다고 토론만 하거나 저절로 문제가 풀리기를 기다릴 수는 더욱 없다. 방치하면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중소기업 문제가 이런 경우다.
태풍 ‘매미’가 남긴 상처는 처참하다. 경기침체로 받는 고통 위에 또 하나의 고통이 덮친 격이다. 재해복구에 온 힘을 쏟아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급한 것은 성장엔진의 가동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그럴려면 중소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중소기업은 우수한 인력은 고사하고 당장 일할 인력조차 구하기 어렵다. 지난 7월 중소기업의 가동률은 99년 이후 가장 낮은 66.7%로 떨어졌다. 중소기업근로자의 근로시간은 대기업에 비해 길지만 소득은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중소기업의 근무여건은 나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면 되는가. 그럴 경우 기업은 문을 닫는다. 열악한 조건이지만 일할 기회마저 잃게 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7월중 국내취업자는 1년 전보다 무려 7만 8천명이나 줄었다. 일자리가 그 만큼 사라졌다는 뜻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이지만 우리 사회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인 의욕저하 모두의 책임
민생과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정치판의 행태와 기업의욕을 떨어뜨리는 정부정책, 그리고 대기업 노조의 이기적이고 불법적인 노동행위가 사태를 악화시켜오지 않았는가.
기업환경이 나빠져 적지 않은 중소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다. 해외로 나간다고 성공이 보장되는 게 아니지만 오죽하면 그런 결단을 하겠는가. 외국기업은 한국을 외면한다. 일자리 감소는 당연하다.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그간의 논의를 보라. 중소기업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법제화됐다. 노동단체의 요구가 워낙 거세다 보니 경제계는 더 큰 낭패를 모면코자 울며 겨자 먹기로 정부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탈이 난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뱁새는 몸이 작고 다리가 짧다. 몸이 크고 다리가 긴 황새를 따라가다가 생기는 사고가 아닌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근로자에게 좋은 대우를 하지도 못하고 장시간 일하면서 버틴다.
이런 상태로 계속 버틸 수는 없다.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에 매달려야 한다. 그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중소기업현장의 사정을 외면한 채 서둘 일은 아닌 것이다.

中企 사기진작 방안 총동원을
누군들 주5일제가 아니라 4일제를 주장 못하겠는가. 다른 나라가 한다고 따라갈 일인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 겨우 이 정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아직 힘이 부족하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나 이미 사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가버렸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다 아는 일이지만 보다 더 심각한 것은 기술경쟁력의 열세다.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은 일본 중소기업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축구에서 일본을 이겼다고 우쭐댈 일 아니다.
기술개발과 생산성향상에 목숨을 걸어야한다. 기술이 뒤쳐지고 생산성이 낮아 경쟁력을 잃는 기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게 돼 있다. 버틸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
우리 사회는 너무 오랫동안 무너지는 축대 위에서 기업에 부담주고 일자리 줄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집단행동은 그칠 날이 없었고, 정책 또한 말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중소기업은 절망의 끝자락에 몰렸다. 하지만 희망은 절망의 끝에서 온다고 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동원해야 한다. 인력난 완화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도 주택·교육·세제상의 혜택을 베풀어 젊은 일꾼들이 중소기업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언제까지 해묵은 문제를 붙들고 토론만 할 게 아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고 중소기업에 생기를 불어넣는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류동길(숭실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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