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필자가 재직 중인 동아대학교 근처에는 시장이 많다. 가장 유명한 시장이 자갈치시장이다. 걸어서 10분 거리다. 즐비하게 들어선 횟감이 군침을 돌게 한다. 시끌벅적 소리와 비린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자갈치시장은 부평시장, 깡통시장, 국제시장과 맞닿아 있다. 이들 ‘거대’시장 틈새에 충무시장과 아미시장이 아담한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필자가 관심이 있는 곳은 부평시장이다. 족발, 곱창, 어묵 등 온갖 먹거리가 군락을 형성한 곳이다. 다닥다닥 붙은 가게들은 마치 부대끼며 사는 세상사 같다. 다양한 먹거리는 늘 선택과 결단이 필요한 인간사 같다. 곱창이 빼곡한 거리를 지난다. 가게 밖까지 나와 있는 탁자에서 들리는 곱창 굽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옆 사람과 거의 등을 맞대고 앉는다.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 되며, 동질감이 생긴다.
부평시장은 이제까지 봐왔던 그런 전통시장과 다르다. 깨끗한 바닥, 정리된 구역, 높은 아케이드, 유니폼을 입은 길거리 상인들 때문만은 아니다. 부평시장의 시작은 전통시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변 상권과 어우러지면서 거대한 시장으로 발전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체계적 종합유통라인 구축 필수
즉, 부평시장은 시장 기능과 생활 기능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장바구니를 채우는 시장의 기능과 어울려 생활하는 생활의 기능이 함께한다. 생활의 기능은 같이 웃고, 마시고, 떠드는 우리네 생활이 함께 어울리는 그런 기능이다.
그동안 우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아케이드 설치, 상품권 개발, 화장실 개조, 주차장 설치 등이다. 그러나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전통시장을 단순한 시장 기능으로 보고 있다. 각종 채소를 사는 그런 시장 말이다. 더는 전통시장을 먹거리 중심의 장바구니를 채우는 시장 기능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시장 기능은 대형마트와 경쟁이 불가피하다. 대형마트와 경쟁은 결국 전통시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통시장이 인근 상권을 지원하는 배후지 역할이다. 가령, 족발, 튀김, 어묵 등 지역에 알맞은 특색 있는 상권과 전통시장이 연계하는 것이다.

홍보 활성화로 젊은층 유도해야
현대의 먹거리와 전통시장이 공존하는 상권이다. 이렇게 되면, 전통시장은 식당이나 상점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배후 기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식당이나 상점이 원부자재를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시장이 정기적으로 원부자재를 납품하는 것이다. 식당 상인과 전통시장 상인이 개인적인 유통을 하기보다 체계적으로 연계된 종합 유통라인을 갖춰야 한다.
이런 전통시장 개발 방식은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 지리적 여건과 특수성에 맞는 맞춤형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리적으로 개발한 상권과 전통시장이 인접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을 갖추게 된다.
둘째, 전통시장을 홍보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부평시장, 깡통시장, 국제시장을 검색하면, 시장의 공식 홈페이지는 없다. 오히려 이들 시장을 다녀온 글을 실은 많은 블로그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전통시장이 세간의 관심이 있지만, 여전히 전통시장은 그들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홍보수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상인연합회 결성과 정부가 함께해야 한다.
부평시장을 가보면, 생각보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곤 한다. 전통시장을 장바구니 시장으로서 그 기능을 한정한다면, 젊은이는 전통시장 대신 대형마트를 찾을 것이다. 전통시장은 이제 단순한 시장 기능을 넘어 생활 기능이 합쳐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