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주말여행에 나선 L씨. 도로 사정을 고려해 일찍 출발한 덕에 고속도로에 진입한 이후에도 막힘없이 쌩쌩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한시간 남짓 지나자 유치원생인 작은아이가 배가 고프다며 보채기 시작한다. 초등생 큰아이까지 덩달아 투덜댄다. L씨는 맛난 햄버거를 사 준다는 말로 아이들을 달랬다. 그러고는 주유소 건물 사이로 들어갔다. 반바퀴 돌자 “주문하시겠어요? 손님”이라는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버거와 음료수 그리고 아내를 위한 커피를 주문한 후 건물 앞으로 이동하니 종업원이 음식이 든 봉투를 내민다. 아이들은 신나 손뼉을 치며 햄버거를 먹는다. 모닝커피 한잔에 더욱 환해진 아내의 미소에 L씨는 행복해하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드라이브 스루’ 각광
외국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차 안에서 주문·결제한 후 음식을 받는 것이 일상화됐다. 바야흐로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시대가 열렸다. 드라이브 스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부터 상품 수령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지는 외식 매장을 의미한다. 193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드라이브 스루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92년 맥도날드가 문을 연 부산 해운대점이다.
당시 인기를 끌지 못했던 드라이브 스루는 이후 20여년간 계속해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편리함과 신속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높은 호응 속에 빠르게 매장이 늘고 있다. 햄버거는 기본, 도넛·커피에 이어 편의점까지 드라이브 스루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드라이브 스루가 주목받게 된 이유로 라이프 스타일 변화와 ‘자동차 문화’를 꼽는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주말여행과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드라이브 스루 매장 수 역시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급속도로 증가한 자동차 역시 드라이브 스루 시장 확대에 한몫했다. 1992년 500만대에 불과했던 국내 자동차 수는 1997년 1000만대를 넘어선 이후 2005년 1500만대, 작년 2000만대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자동차 1대당 인구수는 2.65명. 국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자동차를 보유한 셈이다. 
 
햄버거, 커피, 도넛 등…다양한 매장 개설
시간과 주차 문제 등으로 햄버거, 커피 등의 소비를 포기했던 이들이 주소비층으로 등장하면서 드라이브 스루가 새로운 소비형태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이에 관련 업체들도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코리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엔제리너스커피 등이 대표적 드라이브 스루 업체로 최근 크리스피 크림 도넛도 업계 최초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드라이브 스루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350여개 매장 중 138개 매장을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매장의 70% 이상에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 적극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버거킹도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11곳 운영하고 있다. 현재 37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롯데리아의 경우 커피전문점(엔제리너스커피), 도넛전문점(크리스피크림), 아이스크림전문점(나뚜루팝) 등이 함께 들어선 명일점이 대표 매장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8곳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운영 중인 스타벅스는 앞으로 매장 수를 더 늘릴 계획이다. 특히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선 화상 주문도 가능하다. 42인치 대형 스마트 패널을 통해 바리스타와 얼굴을 마주하고, 편안하게 주문할 수 있다. 스타벅스커피 경주 보문호수점은 올해 1월 오픈 한달 만에 2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지역 명소로 떠올랐다.

-글 : 노경아 jsjys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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